기관 운영을 감시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되레 인사·예산·계약 등 사내 업무 전반에 부당한 개입을 일삼은 한국국토정보공사(LX) 임원이 감사원 공직기강 점검 과정에서 적발됐다.
문제가 된 임원 A씨는 LX 관련 이력이나 눈에 띄는 공공기관 경력은 없고 대신 지난 대선 당시 특정 집단 대표로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인물이다.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감사원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A씨에 대한 해임 조치를 요구했다.
4일 감사원에 따르면 A씨의 업무 전횡은 지난해 추석 전후 실시했던 공직기강 점검 과정에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2018년 3월 LX 감사실 업무 총괄 임원으로 취임한 지 일주일여 지난 시점부터 인사 개입을 시작했다. 인사 관련 사항을 모두 본인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고 2급 이상 직원의 출신지를 명시한 명단을 만들어오도록 했다. ‘감사가 공사 인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했다.
지난해 1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실무자에게 1·2급 승진 후보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게 하면서 역시 출신지를 명시하도록 한 후 승진 대상에는 O, 제외 대상에는 X를 표시한 후 담당 임원에게 되돌려줬다. 심지어 OX 표기 문건 앞에는 ‘정의의 여신, 공정하고 정의롭고 투명하며 균형 있는 인사’라는 제목의 표지를 직접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A씨 “적폐청산·국정과제 이행 저항 세력의 모함”
인사에만 개입한 게 아니었다. 예산 담당자에게 허위 편성·집행도 요구했다. A씨는 2018년 11월 휴양소 부지 매입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가 담당 부서에서 방만경영 등의 소지가 있다고 난색을 표하자 드론 비행장 부지 매입 명목으로 휴양소 부지 매입 예산을 편성하도록 압박했다. 이에 더해 LX의 임시주차장 조성 공사, 현수막 제작 계약 등에 지인 업체를 연결하기도 했다.
LX의 기부금 집행에도 개입했다. 자신이 이사로 돼 있는 특정 단체와 고교 동창 사이인 전직 국회의원 지역구 관내 단체에 기부 집행을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LX의 한 직원은 A씨가 차후 해당 정치인이 총선에 출마하면 A씨가 그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감사원 측에 진술하기도 했다.
A씨는 이 같은 감사원 적발사항 중 인사 개입에 대해서는 “적폐청산과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에 저항하는 세력 등이 자신을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기부 집행에 대해서는 “우연”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의 직무권한을 넘어 공사 업무 전반에 부당한 개입을 함으로써 본연의 임무를 저버렸다”며 기재부 장관에게 서둘러 해임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A씨의 임기가 오는 3월까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