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나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정말 탁월한 건축물입니다.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처럼 뛰어난 건물을 짓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건축주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건축문화를 발전시키는 건 결국 건축주와 건축가의 상호작용입니다.”
최동규(사진) 서인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좋은 건축이란 ‘필요(用)’에 맞도록 ‘몸체(體)’를 ‘아름답게(美)’ 구현한 건물”이라며 “좋은 건축물이 탄생하는 데는 당연히 건축가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건축주의 의지도 중요한 조건”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아파트를 보면 지어질 때부터 기능과 실용적 측면이 강조되는 만큼 건축가가 아파트를 지으면서 궁극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반면 미술관이나 지역의 랜드마크가 돼야 하는 공공건축의 경우 건축주가 처음부터 탁월한 건축물을 원하기 때문에 뛰어난 건축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가 뛰어난 건축의 예로 든 것이 바로 DDP와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다. 그는 “서 회장의 경우 기능성을 넘어 건물 그 자체로도 훌륭한 사옥을 짓겠다는 의지를 갖고 투자한 결과 지금의 사옥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런 건축주의 존재가 늘어날수록 결국 국내에 더 뛰어난 건축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현재 국내 교회 건축의 권위자로 꼽힌다. 지난 1971년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40년째 건축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공간건축에서 국내 건축계의 큰 별인 김수근 선생과 함께 일하기도 했고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 건축 거장인 알바르 알토에게 10년간 사사하며 본인의 건축세계를 완성시켜왔다. 건축 분야에서 그가 지니는 권위는 대통령상, AMP 건축상 등 국내외의 수상경력이 대변한다.
최 대표는 국내에서도 건축이라는 분야가 오케스트라나 K팝과 같은 하나의 존중받는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 스타일이나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을 존중하는 태도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는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문화로 이미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로 동시에 더욱더 뛰어난 지휘자를 배출하는 토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 분야 역시 마찬가지”라며 “건축가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역량과 역할을 존중받고 건축이 하나의 문화 장르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 건축의 수준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