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과 치킨게임…韓폴리실리콘 존폐 위기

中업체, 보조금 앞세워 저가 공세

공급가격 손익분기점 절반 그쳐

韓업체, 전력기금 면제 요청 불구

통상분쟁 우려에 정부는 모르쇠

'태양광 생태계' 기반 붕괴 우려

1015A08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



중국과의 치킨게임을 버티지 못한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6%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릴 계획이지만 정작 ‘태양광 산업 생태계’(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광 모듈)의 기초가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OCI·한화솔루션 등 폴리실리콘 제조업체가 사업 포기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남은 폴리실리콘 제조사는 이들 두 곳뿐인데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특히 양대 업체 중 한 곳이 이미 내부적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연내 공식발표를 앞두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해당 기업 관계자는 “공장을 돌려도 원가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으로 지난해 이미 공장 가동률을 대폭 낮췄다”며 “올해도 업황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사업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사업 포기를 검토하는 것은 폴리실리콘 업황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제공 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월5일 기준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7.1달러로 1년 전보다 1달러 이상 떨어졌다.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이 1㎏당 13~14달러인 만큼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은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수요 대비 생산능력을 뜻하는 공급 과잉률은 폴리실리콘의 경우 14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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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속에서 가격 결정권을 쥔 곳은 중국 업체다. 전기요금이 폴리실리콘 제조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데 중국은 지방정부의 보조금 덕택에 국내 업체 대비 절반 수준의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원가 경쟁력이 20% 이상 떨어진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이 높다지만 중국의 기술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기술 차이는 좁혀져 가는데 공급가격은 비싸다 보니 한국산 제품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줄폐업 경고는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국내 2위의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였던 한국실리콘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2018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는 지난해 3·4분기 연결기준 5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는데, 폴리실리콘을 중심으로 한 기초화학 부문의 영업손실만 660억원에 달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작년 같은 기간 폴리실리콘 부문에서 적자를 이어갔다.

업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부 지원을 노심초사하며 기대했지만 통상 분쟁 우려 속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가 요청했던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료의 3.7%) 면제 등도 물 건너 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소비 효율을 개선한 기업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환급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지원 대상에 대기업을 포함하는 것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혁신전략을 발표할 때부터 중소·중견기업으로 환급 대상을 한정하기로 했다”며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도 전에 기존 방침을 바꿀 만한 명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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