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일본에서도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내 배급사 ‘비타즈 엔드’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1월 10일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지난 22일까지 2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 기간의 티켓 판매 수입은 30억엔(약 325억원)을 돌파해 기생충은 이미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역대 흥행 수입 1위에 올랐다.
봉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는 작품상 등 제92회 아카데미 4관왕의 쾌거를 달성한 뒤 처음으로 지난 23일 일본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일본 매체 소속 언론인 등 약 200명이 몰려 들었다. 주최 측이 사전에 준비한 150여 개의 좌석이 꽉 차는 바람에 일부 기자가 바닥에 앉아 취재하기도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알려졌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상을 받아 영광이라면서 일본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관객이 수상 전부터 영화를 보고 뜨겁게 반응해 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영화의 주제로 부각된 사회적 격차 문제에 대해선 “양극화의 실상을 폭로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우리들이 안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 도쿄, 아사히 등 주요 신문은 24일 자 지면을 통해 봉 감독과 송강호가 아카데미상을 받고 처음 방일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전했다.
특히 아사히는 송강호가 2000년대 초에는 한일 문화교류가 활발했는데 최근 들어 양국 관계 악화 영향으로 뜸해진 사실을 거론하면서 ‘기생충’을 계기로 상대국 작품을 서로 성원해 주는 시기로 돌아가면 기쁘겠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주요 언론 매체들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 호평이 쏟아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지난 13일 기생충이 ‘미국적 가치관을 움직였다’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게재해 “변화의 물결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최근 들어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메시지 성이 강한 영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지만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작품이 흥행하는 일본에선 사회성 높은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생충의 쾌거는 일본 영화계의 등을 밀어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