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소재 및 건자재 업체 KCC의 정상영 명예회장과 정몽진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써달라며 사재 5억원을 출연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을 막는 데 써 달라며 사재를 출연한 기업 오너는 정 명예회장 부자가 처음이다. KCC는 회사 차원에서 ‘기업도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5억원의 성금을 매칭해 총 10억원을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일 기부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이자 KCC그룹 창업주인 정 명예회장과 그의 장남인 정 회장은 각각 4억원와 1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구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지역 감염 우려가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각종 기부금을 통해 직간접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KCC처럼 오너의 사재 출연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KCC는 지난해 첨단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직접 6,358억원을 출자해 모멘티브를 인수한 데다 최근에는 건설경기 침체로 건자재 사업실적도 부진한 상황에서 사재를 쾌척한 것이어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기업도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 명예회장 부자의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CC 성금은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의료지원 봉사자와 방역 인력 등을 위한 방호복, 마스크 등 의료물품 구매에 쓰일 예정이다. 또 보육원, 양로원 등 취약 계층과 자가 격리자 등에 생필품을 지원하는 데도 활용된다.
정 회장 등 경영진은 사재출연이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선 현장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헌신에 작은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 명예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형제 중 유일하게 건재한 집안의 어른이라는 위상 때문에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현대종합상사 등의 주식을 다량 보유해 범현대가 기업의 우군 역할을 해 왔다. 삼성이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표대결을 할 때도 삼성 편에 서서 백기사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