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서 대주주를 견제하는 ‘3% 룰’ 완화 문제도 경영진과 주주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김호준(사진) 소장은 2일 서울경제와 만나 사견을 전제로 “경영권을 위해 의결권 제한을 풀려면 주주권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논의가 효과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 룰은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상법상 규정이다.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입김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지난 2017년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 이후 주총에서 3% 룰에 따른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기업들의 감사 선임 실패 사례가 크게 늘었다. 급기야 상장회사협의회가 3% 의결권 제한제도 폐지를 올해 최우선 사업목표로까지 정했다.
김 소장은 “3% 룰의 원래 입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많아 논의가 일방적으로 이어질 경우 찬반 대립만 극심해지고 해결이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안하는 해법은 주주들에게도 필요한 제도개선을 병행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는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내용을 다시 사전 공시로 바꾸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원래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행사 내용을 ‘주총 개최 5일 전’ 공시하도록 했던 것이 2012년 ‘주총 이후 5일 이내’로 바뀌었고 2015년 매년 4월30일까지 1년 치 의결권 행사 내용을 일괄 공시하도록 재개정됐다. 일반 투자자들이 참고할 기관 의결권 행사 내용이 늦게 알려져 주주들 입장에서는 ‘깜깜이’ 주총 참석이 될 수 있어 주주권에 독이 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김 소장은 “미국이 1980~1990년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만연한 때 차등의결권을 허용한 것처럼 양측에 창과 방패를 함께 부여하는 해법이 필요하다”며 “타협의 여지가 있어 성숙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총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대만처럼 날짜별로 주총 개최 가능 기업 수를 제한하는 방식 등을 참조할 만하다”며 “우리는 회계 종료 후 90일 이내 주총을 열도록 하고 있는데 좀 더 유연하고 기업들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017년 대신금융그룹이 대신경제연구소 산하에 있던 ‘지배구조연구실’을 승격시킨 의결권 자문기관이다. 연구실장에 이어 ‘토종 의결권 자문사’를 이끌게 된 김 소장이 2014년 연구실 설치 때부터 연구원들과 함께 분석한 주총만 3,000여개에 달한다. 그는 “함께 움직이는 기업-주주 가치를 분리해 진영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주주와 기업은 결국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