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밤 청와대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은 가운데 통일부는 여전히 김 제1부부장의 역할 변화와 위상 강화 수준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제1부부장이 본인 명의의 첫 담화문까지 낸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대응이 국민적 관심을 해소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김 제1부부장의 전날 청와대 비난에 대해 통일부 입장을 밝혀 달라”는 기자단 질문에 “김 제1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따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설명만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 위상 강화 가능성에 대한 문의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에 오빠인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겼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좀 더 시간을 갖고 분석한 뒤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나아가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TV 등에 보도되지 않은 건 수위조절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통일부는 다시 한 번 “좀 더 시간을 갖고 분석한 뒤 말씀드리겠다”는 답을 되풀이 한 뒤 서둘러 브리핑을 끝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2일 진행된 인민군전선포병들의 화력전투훈련는 누구를 위협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라며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또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정부의 반응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 발사체 대한 청와대 반응을 가리켜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청와대나 국방부가 자동응답기처럼 늘 외워대던 소리”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 “전쟁연습 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 군사훈련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악담을 퍼부었다.
김 제1부부장은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와 분리시켜 직접적인 비난은 삼갔다. 그는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며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즉각 그의 위상 변화에 대한 추정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대응사업을 총괄 지휘하게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통일부가 사실상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으면서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과 그의 역할 변화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