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다음달 효과적인 약물이 선별되면 오는 5월부터 영장류에 적용하고 효과를 검증해 환자에게 임상시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것입니다.”
류충민(50)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1,700개 약물을 포함한 6,500여종에 대해 세포 수준에서 코로나19 효능 검정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류 센터장은 미국 어번대 박사, 노블재단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생명연에서 슈퍼 박테리아를 연구하면서 감염병연구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물론 미국·일본·벨기에·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여개국이 FDA 허가 약물을 활용해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절차를 대폭 단축해 조기에 실험에 나서기로 했다.
류 센터장은 “워낙 비상사태다 보니 동물실험 단계를 많이 생략하고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에 약물 효능을 신속하게 시험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할 때 쥐부터 시작해 돼지·소 등 큰 동물을 거쳐 사람과 유전자가 93% 일치하는 영장류에 적용한다. 이 절차를 다 밟으려면 1년 이상 걸리고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생명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장류에 바이러스를 접종해 치료제와 백신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전북 정읍시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 1,000여마리, 충북 오창 국가영장류센터에서 35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는 “매달 18마리의 영장류를 실험하게 되는데 5마리씩 세 그룹(15마리)에는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선별된 치료 약물을 그룹에 따라 달리 투입한다. 나머지 3마리는 바이러스만 주입하고 치료는 하지 않게 된다”며 “5월부터 매달 3개씩 약물 효과를 검증해 연내 24개 약물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효과가 검증된 약물은 단독 혹은 섞어서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거쳐 환자 임상시험에 들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가 신청한 에볼라 치료제(렘데시비르) 등을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환자에 쓰도록 허가하는 등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사용 확대에 나섰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코로나19 경증을 넘은 중등도 이상 환자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제인 칼레트라 등을 처방해왔다. 중국의 경우 렘데시비르는 물론 말라리아 치료제(퀴놀린)나 기존 항바이러스제에다 다른 약을 같이 써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다.
류 센터장은 코로나19의 예방접종을 위한 백신 개발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중국·이스라엘 등에서 백신 후보물질도 개발했다고 하지만 백신은 기본적으로 3개월의 효과 검정 기간과 이후 동물 실험을 거쳐야 돼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사스와 메르스의 백신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백신 개발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에볼라 백신의 경우 개발까지 무려 42년이나 걸리기도 했다.
최근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백신은 1년 안에 개발해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빨라도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백신은 팬데믹(대유행)이 종식된 뒤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류 센터장은 “치료제나 백신을 팬데믹 이후 개발한다고 해도 코로나19가 계절적으로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어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팬데믹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사태가 진정돼야 끝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4월 중순 이후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내놓았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