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실상의 한국인 입국금지를 검토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국내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자동차 등의 주요 수출시장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이 아직 부품·소재 및 중간재의 상당량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이 정치적 목적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서며 국내 기업들의 소재·부품 탈일본 움직임이 본격화했지만 아직 핵심 소재·부품의 일본 의존도는 낮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이 올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시장에 대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시점에서 양국 간 인적교류가 전면 차단될 경우 신제품 프로모션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주간 격리조치에 도쿄올림픽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대형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던 국내 전자·디스플레이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일본 시장에 출시하며 도쿄올림픽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당장 일본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나 입국금지 등이 장기화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모든 업체가 공통으로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삼성전자도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긴급하게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일본 현지 마케팅은 일본법인과 홍보대행사 등을 활용해 진행하는 만큼 향후 입국금지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규제 이후 소재 국산화 및 다변화에 주력해온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드러났듯이 국내 기업의 반도체 기초 소재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높지만 한국이 일본인의 입국을 막는 것은 아닌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본 현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본 항공업계는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의 하늘길마저 막힐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은 일본 불매운동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는 노선을 사실상 운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페리 운항(승객 없이 승무원만 탑승) 이후 노선감축 등을 논의하겠다”며 “2주 격리는 들어오지 말란 얘기”라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에는 우리 자동차 업체가 진출해 있지 않고 한국이 주로 물품을 받는 입장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수연·이수민·박시진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