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이 ‘경제·금융’이라는 소재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김상호 감독의 탄탄한 연출과 배우들의 깊이있는 연기력은 호평을 받았으나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5일 방송된 ‘머니게임’ 최종회에서는 채이헌(고수)과 이혜준(심은경)이 ‘정인은행 BIS 조작 사건’을 끝까지 은폐하고 나아가 한국정부를 ISDS(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제도)에 제소해 또다시 곳간을 털어가려는 악덕 해외펀드 바하마에 끝까지 맞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허재(이성민)는 바하마와 자신의 정인은행 BIS 조작 공모를 입증할 녹음파일을 이혜준에게 건네며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반면 수배자로 전락한 유진한(유태오)은 중국으로 떠나려 했으나, 이혜준의 말에 중국행을 포기했다. 고수와 심은경이 마지막까지 신념을 단단히 지키고 밝은 미래를 다짐하면서 드라마는 끝이 났다.
지난 1월 15일 첫 방송된 ‘머니게임’은 ‘국내 최초 경제드라마’라는 수식어와 함께 신선함을 선사했고, 배우 고수와 이성민, 심은경 등의 조합으로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평균 1~2%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종영에 이르렀다.
‘머니게임’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최악의 금융 스캔들 속에서 국가적 비극을 막으려는 이들의 사투와 첨예한 신념 대립을 그린 드라마다. 정통 금융 장르물답게 ‘토빈세, 환율방어, BIS비율’ 등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쏟아져나왔다. 김상호 PD는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오다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될 것이라 했으나 사실은 달랐다.
첫 방송 후 시청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을 보였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도 경제라는 진입장벽을 낮춰주진 못했다.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경제·금융 소재와 다소 복잡한 내용이 쉽지 많은 않게 다가왔다. 실제 1회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드라마 내용이나 단어가 너무 어렵다거나 초반부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등의 평을 쏟아냈다.
아쉽게도 새로운 시청자층 유입에는 실패했으나 고정 시청자층과 마니아 층이 형성됐다. 이는 배우들의 명품 열연 덕분이었다. 믿고 보는 연기력의 이성민과 고수, 심은경, 드라마에 ‘입덕’하게 만든 유태오까지. 출연 배우들은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인물들의 각기 다른 관점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들이 뱉은 주옥 같은 명대사들은 올곧은 신념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이로 인해 애청자들은 시청률이라는 지표로 ‘머니게임’이 저평가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자발적 추천 릴레이를 펼치거나 시즌 2가 탄생하길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이러한 장르의 드라마를 통해 국가 경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확실히 ‘머니게임’은 관료사회의 현실감 넘치는 모습,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인물 서사로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낯선 경제 용어와 불친절하고 어려운 설명으로 더 많은 대중의 공감을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한 점이 드라마가 끝난 이후로도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