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미국의 안전기준 강화에 따라 넘어질 경우 아이가 밑에 깔릴 위험이 있는 서랍장에 대해 미국에서는 리콜(환불 포함)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구매 고객에 ‘벽에 고정시켜 달라’는 주의 조치만 해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케아 내부에서는 고객이 원할 경우 리콜 조치를 해 준다는 사실상의 지침을 만들어 놓고도 외부에는 알리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는 최근 넘어질 위험이 있는 쿨렌 3칸 서랍장 구입 고객에 해당 제품이 벽에 단단히 고정돼 있는지 확인을 권고했다. 벽 고정장치가 필요한 고객에게는 고정장치를 별도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이케아 관계자는 “(넘어짐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한) 선제 예방조치”라고 말했다. 쿨렌 서랍장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1만 2,011개가 팔렸다.
하지만 이케아는 미국서 팔린 쿨렌 서랍장에 대해서는 리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쿨렌 서랍장 높이는 72cm로 서랍이 모두 열렸을 때 어린이가 밟고 올라가거나 서랍에 매달릴 경우 넘어져 아이가 깔리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가 최근 안전기준을 강화해 판매할 수 있는 서랍장 높이 기준을 기존 76.2cm 이상에서 68.8cm 이상으로 강화했고 그 결과 리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내는 쿨렌 서랍장을 벽 고정 등 주의 환기 조치만 해 이케아가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사실 국내 서랍장 안전기준 높이는 76.2cm라 규정상 리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제품을 미국에서는 리콜을 하고 국내에선 주의 조치만 내리는 것은 차별적 소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는 이케아가 안전에 엄격한 미국 기준을 준용해 판매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넘어짐 사고 등 안전 위험이 있는 제품에 대해 국가별로 리콜 기준을 달리하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이외 다른 국가의 안전규정에 부합해도 미국에서 리콜하는 제품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도 리콜을 해 주는 게 합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케아는 내부적으로 ‘한국 고객이 원할 경우 환불 조치를 해 줄 수 있다’는 내부 지침을 정해 놓고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강하게 반발하는 고객에 대해서만 선별적 리콜을 해줘 비용을 아끼려는 꼼수라는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앞서 지난 2016년에도 이케아는 전세계적으로 3,000만개가 팔린 말름 5단 서랍장에 대한 늑장 리콜 조치로 국내에서 비판 받았다. 무엇보다 이케아가 미국과 중국 등에서 환불을 신속히 해 준 것과 대비돼 더 큰 반발을 부른 바 있다. 당시 아케아 측은 국내에서는 말름의 넘어짐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어 환불을 해줄 이유가 없다고 버텼지만, 정부의 제품 안전성 조사 착수 등에 결국 손을 들었었다.
일부에서는 이케아가 쿨렌 서랍장에 대해 주의 환기 조치만 내린 데 대해 ‘제2의 말름’ 사태를 키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케아 측은 “쿨렌 서랍장은 국내에서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을 만큼 안전하다”며 “말름 서랍장 논란 이후 선제적인 안전 대응조치를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