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국 초중고 임시 휴교령, 마스크 전매 금지에 이어 중소사업자에 대한 무이자 대출 실시 등 강경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확진자가 끊임없이 늘면서 정책효과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관련 일부 대책을 아베 총리가 독단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권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무이자·무담보 대출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늘면서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코로나19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해 “전국 모든 초중고교와 특별지원학교(장애인 아동을 대상)에 3월 2일부터 봄 방학 때까지 임시 휴교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상 학교는 전국 3만6,000개로 학생 수는 1,200만명 이상이다. 지난 5일에도 품귀현상을 보이는 마스크의 전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특정 업자나 개인이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재기해 고가로 전매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엔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인터넷을 통한 전매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대책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자체와 협의 없이 아베 총리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휴교령에 대해 지자체와 국민들은 일본 내 상황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감염자가 많지 않은 지역에도 일괄적으로 휴교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설익은 아베 총리의 발언 역시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6일 “앞으로 1~2주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시기”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아베 총리는 다음날 전국 초중고교의 임시 휴교를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처음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향후 1~2주일’을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판가름할 중대 고비로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달 4일까지도 코로나19 대응을 언급하면서 “정말로 앞으로 1~2주가 고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생각보다 빠른 탓이지만 아베 총리의 발언으로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일본 내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NHK가 후생노동성과 각 지자체의 발표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8일 오후 8시 기준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사람은 1,166명이다. 이달 들어 하루 확진자 수는 1일 14명, 2일 18명, 3일 19명, 4일 36명, 5일 32명, 6일 56명, 7일 4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검사가 확대되면서 확진자 수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통계가 실제 감염자 규모의 극히 일부만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지율 반등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SMBC 닛코증권은 전날 펴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오는 7월까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이 취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일본 기업들의 매출도 24.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돼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가 실종될 경우 일본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관람객의 소비가 사라지면서 6,700억엔(64억달러)에 이르는 직접 경제 효과를 날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로 인한 GDP 손실액은 무려 7조8,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아베 정권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