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미래차 기술이 나아가야 할 길

문석수 인하대 기계공학과 교수




최근 미래차 시대와 관련해 수많은 키워드가 제시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친환경 내연기관이 핵심 키워드였지만 이제는 하이브리드차·전기차·자율주행 등이 대세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 융합 스마트카, 개인용 에어카 등 나날이 새로운 키워드들이 더해지고 있다.

모두 미래 자동차 시대를 열어갈 중요한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하나하나가 너무나 무거운 주제들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일지도 모를 이것들을 우리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자동차 관련 분야의 교육 및 연구현장에서는 키워드들의 홍수 속에서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무엇을 집중해서 탐구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전히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 분야들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것이라고 소외되고 인재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는 더욱 그렇다. 현장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미래차 기술의 일관성 있고 디테일한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뜬구름을 잡는 것이 아닌 현실을 반영한 것이어야 하고, 편의성보다는 인간 중심의 가치에 중점을 둔 것이어야 한다. 편리함과 맞바꾼 환경의 역공을 해결하는 것은 인간의 행복을 넘어 생존과 관련된 것이다. 친환경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차량 경량화 등 ‘친환경’ 기술개발에 최우선의 가치를 둬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이라는 이슈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 분야에서 ‘AI’ 또는 ‘스마트’라는 이슈는 편의성보다는 친환경과 안전을 이뤄내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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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속도 조절도 중요하다. 개개인이 습득해야 할 지식의 분야와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개개인이 가진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돼 있다. 연령과 계층에 따라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혜택을 누리는 편차도 커질 수 있다.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할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연구자가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분야에 정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혁신적 발견은 디테일에 대한 꾸준한 탐구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분위기는 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를 키워내고 원천기술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성취감과 보람을 제공하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미래차 시대를 대비해 일관성 있고 디테일한 비전과 인간 중심의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상자 중 무엇을 어떤 순으로 어떻게 열어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것들을 기존의 것에 조금씩 그리고 꼼꼼하게 입혀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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