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과거 2014년 이후 수년간 벌어진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갈등 과정에서 베네수엘라와 아제르바이잔 등의 부도 위험이 크게 부각됐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 원유가격 폭락 사태로 또 다시 이들 국가들이 재정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 산유국의 경우 외채상환태도, 재정능력, 금융시장변동 부문에서 글로벌 기준에 비춰볼 때 부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 전쟁 후폭풍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는 베네수엘라와 아제르바이잔·브라질·멕시코·이란 등이 거론된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도 저유가로 재정수입이 급격히 감소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해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석유 전쟁은) 베네수엘라와 이란, 몇몇 아프리카 국가 등과 같은 많은 산유국에 극심한 어려움과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도 “수 년간 갈등과 폭동 등을 겪은 석유 의존 국가들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란과 이라크·리비아·베네수엘라가 해당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산유국이기는 하지만 레바논이 이날 만기되는 달러 표시 채권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갚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국가부도를 선언한 것도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유가 사태는 미국 셰일업체들을 줄도산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YT는 “석유 시장에서의 갑작스런 격변은 전 세계의 에너지 기업들과 근로자들, 유가를 기반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정부들을 제물로 삼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미국 경제, 특히 석유 기업이 고용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텍사스와 다른 주에서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셰일오일 생산업체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와 파슬리 에너지는 작업 장비 수를 줄이는 등 긴축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셰일업계를 지원할지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가 셰일업체 합병을 장려하거나 악성 부채를 흡수하기 위한 펀드를 마련하는 등의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