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600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싱글라이프, 비혼주의, 1인가구라는 말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 ‘싱글라이프 전성시대’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가 ‘혼자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싱글라이프는 혼자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모두가 언젠가는 혼자가 될 수 있고, 부모는 자식을 ‘독립’시켜 혼자 사는 삶을 가르쳐야 하며, 우리 모두 죽을 때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 곁일지라도 ‘혼자’이기 때문이다. 싱글라이프에 대한 장밋빛 이상화보다는 ‘혼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요즘이다. ‘아름답게 혼자 살기’ 위해서는 어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까.
첫째, 싱글라이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 독신에 대한 편견을 넘어 자유로우면서도 독립적으로 싱글라이프를 꾸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해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싱글라이프가 어려운 가장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사회적 편견이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의 저자 엘리야킴 키슬레브는 아직도 싱글, 비혼주의자에 대해 ‘미성숙, 불안정, 불행,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편견을 싱글리즘(singlism)이란 말로 압축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1인가구는 증가하고 있으며 독신 인구는 ‘침묵하는 소수’에서 ‘새로운 거인’으로 변신하고 있다. 싱글라이프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와 존중, 1인가구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싱글라이프를 희화화하거나 이상화하는 태도를 넘어 싱글라이프의 생생한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싱글라이프를 즐긴다’는 표현에는 혼자 사는 삶의 이점을 누린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만, 실제로 혼자 산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단 경제적 독립을 넘어 정서적 독립이 절실하다. 경제적인 홀로서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마음의 홀로서기’인데, 마음의 독립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평생 지속해야 할 인생의 과제가 아닐까.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뿐 아니라 자녀에게 의존하는 부모도 마음의 독립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자녀의 독립을 가로막는 부모들은 자기 자신이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회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도 막상 ‘혼자 살기’라는 과제 앞에서는 막막해질 때가 많다. 13년간 기자생활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완벽한 혼자가 된 김소민 작가는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라는 책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싱글에 애도 없지만 아줌마 혹은 어머니로 불리는 나는 누구인가.’ 학생, 직장인, 싱글, 아줌마, 어머니 이런 철저히 사회적인 호칭으로부터 벗어날 때, ‘타인이 아닌, 내가 나를 누구라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할 때, 진정한 싱글라이프는 시작된다.
셋째, 싱글라이프를 아름답게 가꾸는 길은 역설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타인과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길이다. 결혼을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의 소중함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미나 문화생활을 함께 하는 소규모 모임을 통해 ‘나다운 나’를 표현하는 동시에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체험해보는 것이 좋다. ‘혼자인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는 좋은 방법은 바로 타인의 시선에 길들지 않은 내 모습을 차분하게 글로 적어보는 것이다. 세상에 휘둘려 말하지 못한 나의 긴 이야기를 써보자. 김 작가는 ‘내 나이 마흔, 나는 나로 살아본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바로 그것이다. 싱글이건 싱글이 아니건,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생의 과제, ‘나는 나로 살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아픈 질문과 대면하는 것이다. 혼자인 나를 사랑하기, 그것은 아프지만 싱그러운 자기발견의 시간이고, 쓸쓸하지만 풍요로운 자기돌봄의 시간이다. 혼자일 때도 외롭지 않은 사람, 함께일 때도 혼자일 때의 매력을 잃지 않는 사람, 그리고 혼자일 때나 함께일 때나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