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복합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이란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이탈리아도 자금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는 분석에 글로벌 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데다 올해 2% 성장도 힘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될 때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10% 안팎 하락했다는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장이 열리자마자 8원50전 오른 1,215원으로 급등 출발했다. 한은이 장 시작 전 윤면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하고 즉각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불붙은 원화 약세를 수습하지는 못했다.
코로나19 공포에 안전자산인 채권까지 투매 양상을 보인 상황에서 달러에 비해 위험자산으로 간주되는 원화에 대해 ‘팔자’ 주문이 쏟아지며 환율은 19원50전까지 상승폭을 넓혀 장중 1,226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연고점을 경신한 것으로 지난 2016년 3월3일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이 예고대로 시장 개입에 나서고 오후 들어 증시 낙폭도 줄면서 환율은 고점 대비 6~7원 떨어졌다.
외환 딜러들은 주말 동안 코로나19 사태의 글로벌 확산 정도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의 안정 여부에 따라 환율 급등락이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다음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1,24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