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레몬의 지난 13일 종가는 9,900원으로 공모가(7,200원) 대비 38% 올랐다. 레몬의 상장일이었던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코스닥 지수는 14%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3,416억원으로 모회사인 톱텍(3,574억원)에 버금간다.
레몬은 기업공개(IPO) 당시에도 후한 성적표를 받았다. 공모가는 희망밴드(6,200원~7,200원)의 최상단에 안착했다. 수요예측 당시 전체 물량의 22%가 공모가 밴드를 초과한 가격에 베팅했다. 레몬 역시 흥행에 만전을 기했다. 톱텍의 보유 지분(62.8%, 공모 전 기준)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을 자발적으로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해 행오버(대규모 물량 출회) 이슈를 해소했다.
투자자들은 레몬이 요즘 핫한 ‘소부장’ 기업인 데 더해 나노섬유 소재 비중을 확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몬은 스마트폰의 전자파 차폐와 방열 기능을 담당하는 EMI실드캔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갤럭시 S8에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스마트폰 판매량에 따라 실적이 출렁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레몬은 EMI실드캔보다 수익성이 높고 실적 안정성이 뛰어난 나노섬유 개발에 주력해왔다. 나노섬유는 섬유 원료를 머리카락 굵기의 500분의 1 크기로 녹여 생산한 소재다.
특히 이 나노 소재가 마스크에 공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마스크는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30만장을 돌파했다. 다만 호조세가 실적으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체 실적에서 마스크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레몬 관계자는 “2월 판매량이 전월대비 소폭 증가했다”며 “다만 2월부터 공적 물량으로 나간 비중이 높은데, 이에 대한 매출이 어떤 식으로 잡힐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추세적인 사세 확장은 기대해볼 만하다. 2018년 2%에 불과했던 레몬의 나노섬유 매출 비중은 지난해 3·4분기 19%로 늘었다. 레몬은 올해 이 비중을 50%까지 늘릴 방침이다. 레몬은 현재 미국 노스페이스에 아웃도어용 나노섬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에어퀸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나노섬유를 활용한 생리대, 위생팬티, 수유패드를 시장에 내놨다. 이밖에도 약물 전달 시스템, 유해 가스 감지 센서 등 활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레몬의 설명이다. 공모 자금 전액을 해당 설비 증설에 투입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레몬의 신사업 확대 움직임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497억원으로 전년대비 58%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3억원에서 79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 관계자는 “생산 신규 라인 증설, 시생산 비용 등 나노섬유 소재 연구·개발비와 신규 브랜드 론칭에 따른 광고와 투자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