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현정택의 세상읽기] 방역·경제 다 전문가에 맡겨라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질본이 코로나방역 주도해야하듯

정교한 대책 절실한 위기상황서

경제도 전문가식견·경험에 맡겨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유럽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확진자가 수만명, 사망자도 수천명에 달해 진원지인 중국을 넘어설 기세다.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주춤한 한국에서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자부심(?)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감염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우리의 방역에 대한 평가가 높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는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의 방역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뿐이다. 문 대통령이 몇 번이나 강조해 지시한 마스크 대책은 긴 줄과 품귀 소동을 빚어 직접 사과까지 하게 됐고 가까스로 도입한 5부제도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의료와 관련 없는 경력을 가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싶어해 마스크를 부족하게 느낀다고 말해 의료진의 사기를 꺾었다.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도 150개국으로 늘어났다.

발등의 불은 경제로 옮겨왔다.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은 13.5% 감소했다.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코스피 지수는 1,600대까지 내려갔다. 이 역시 10년 만의 저점이다. 항공·여행·호텔업에서부터 식당·시장·영화관까지 텅텅 비다시피 해 매출이 떨어지고 생계를 걱정하는 자영업자가 대폭 늘어났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는 11조7,000억원의 추경예산을 마련했지만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당 대표가 경제부총리의 해임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앞다퉈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내용의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대책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은 정치의 시간이고 이제 정치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까지 얘기했는데 틀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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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 때도 정책의 책임을 맡은 사람들은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같은 경제 전문가들이었다. 대통령 선거 직후 들어선 정부였지만 청와대도 정치인 출신보다 강봉균 경제수석의 의견을 더 존중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국제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주가와 환율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국내 정치 역학보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나 국제정책 공조가 훨씬 중요한 때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분리되던 상황에서 터진 코로나19는 국경을 봉쇄해 세계 공급망을 붕괴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자동차, 정유·화학,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을 비롯해 우리의 수출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 발굴이 절실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금융 세제의 지원제도도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 정교한 대책을 만들어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상경제회의를 가동하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끄는 방역 중대본과 같이 이 회의를 경제 중대본으로 만들어 쌍끌이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고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다. 그 중대본을 맡은 총리가 정부 각 부처와 함께 대구에 내려가 20일을 상주했지만 어떤 부분에서 뚜렷하게 기여했는지 알기 어렵다. 정은경 본부장의 방역이 성공한 것은 총리의 지시를 받아서가 아니라 전문가의 경험과 판단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경제도 대통령이 회의에서 지시하는 내용이 아니라 경제 전문가의 식견을 토대로 만들어진 대책이 시행돼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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