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작고 빠른 핀테크에 이어 크고 빠른 빅테크의 금융업 침투는 기성 금융사엔 위기이자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위기는 금융사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자본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고 간편한 서비스, 생활을 파고드는 서비스에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금융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 같은 금융 환경의 변화는 내수산업으로만 치부됐던 금융의 국경을 무너뜨리고 산업간 경계도 지웠다. 내수부진과 주력산업의 침체에 따른 가계와 한계기업의 부실 리스크를 신경 써야 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영토 확장까지 산적한 과제를 끌어안은 금융회사들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기회와 위기 속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객과 현장 중심의 상품·서비스 혁신을 추진하며 리딩뱅크로서 신한은행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진 행장이 그리는 리딩뱅크는 외형이나 수익성에서만 앞서는 은행이 아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은행이며 리더뿐만 아니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고객 중심의 경영 가치를 실천하는 은행이 바로 리딩뱅크라는 게 진 행장의 신념이다.
진 행장이 실적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없애고 같이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이성장 평가제도는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영업방식을 KPI 항목에 적용한 게 핵심이다. 경쟁사들이 금융상품 판매 등의 실적 관련 지표를 조직 관리에 활용하는 가운데서도 진 행장은 상품 판매 실적 대신 고객 수익률과 자산관리 안정성 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같이성장 평가제도 도입을 차근차근 준비했고 올해부터 적용했다. “은행 업(業)은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해 고객의 니즈를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성립된다”는 진 행장의 신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진 행장이 설파하는 고객중심주의는 영업관행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소비자보호부터 준법, 내부통제를 아우르는 회사의 경영 전반이 모두 고객 가치와 결부된다. 이는 시중은행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로 꼽혔던 오픈뱅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되면서 신한은행이 모바일 뱅킹 ‘쏠’에 구현한 사용자 환경과 서비스는 단연 금융권의 이목을 끌었다.
진 행장이 이끄는 신한은행은 글로벌 사업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진 행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해외시장에서 영업력을 확대하는 것이 은행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보고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해왔다. 20개국 162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신한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베트남이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을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으로 키운데 안주하지 않고 지난해 6개 지점을 추가로 개점, 현지 외국계 은행 중 최대 규모인 36개 네트워크를 갖췄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의 자산관리(WM) 브랜드인 PWM을 베트남 현지에도 선보이며 VIP 고객을 위한 WM시장까지 보폭을 넓혔다.
서울경제신문은 진 행장의 이 같은 노력이 신한은행은 물론 모든 금융인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 금융당국·학계·금융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추천을 받아 진 행장을 2020 대한민국 베스트뱅커 대상의 ‘베스트뱅커’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금융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낸 진 행장의 추진력과 전문성,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베스트 여성 뱅커’ 수상의 영예 역시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서도 포용금융 확대에 전력을 다한 동시에 뛰어난 현장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에게 돌아갔다. 장미경 NH농협은행 여신심사부문 부행장이 그 주인공으로, NH농협은행 최초이자 최연소 여성 임원으로서 솔선수범과 따뜻한 카리스마로 직원들을 이끌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최고의 금융기관을 뽑는 베스트뱅크 부문에는 KB금융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 본격적인 대전환을 선언한 KB금융그룹은 은행·카드·보험·금융투자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바탕에 둔 매트릭스 체계를 발판 삼아 글로벌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모습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KDB산업은행은 산업의 발전과 국가경제성장률 제고를 지원하고 국민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베스트 금융공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020 대한민국 베스트뱅커 대상은 고객 접점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현장의 뛰어난 금융인들도 발굴해냈다. 늘 고객의 관점에서 투자의 방향을 정하는 이진성 한국씨티은행 서울센터 마스터 CPC RM, 혁신적인 금융 상품을 선보인 하나은행 리테일사업지원부와 IBK기업은행, 돋보인 마케팅 성과를 보인 신한은행 개인고객부 상품/마케팅팀, 그리고 혁신 기업 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할 기술금융 지원에 앞장선 우리은행이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 어느 계층보다 금융의 따뜻함이 필요한 중소기업, 서민들을 위한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잊지 않은 금융기관과 금융인들도 이번 베스트뱅커 대상의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회적 약자에 눈길을 돌린 하나금융그룹, 서민들을 위해 은행 문턱을 낮춘 IBK기업은행, 서민들의 곁을 지켜준 김포제일신협과 심완보 서울강동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성근 세람저축은행 대표, JT저축은행 등이 그 주인공이다.
아울러 금융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을 앞장서 보여준 금융회사들의 업적도 주목받았다. 금융과 정보통신(ICT)기술의 융·복합이 본격화되고 금융과 비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라이프 서비스가 등장하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 아낌 없이 투자하며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NH농협은행은 베스트 개인금융 수상사로 선정됐다. 모바일 카드와 아이돌·캐릭터 카드를 선제적으로 선보이며 10·20대 미래 고객 선점에 성공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는 베스트 여신금융인에, 신한카드는 1등 카드사로 안주하지 않고 을지로3가 프로젝트, 마이샵 서비스 등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소비 진작 사업을 벌인 점을 높이 평가해 베스트 여신금융에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