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 1,000조원대의 자금을 더 푼다. 최근 160조원이 넘는 자산을 매입하기로 밝힌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추가 양적완화(QE) 카드를 꺼낸 것이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시작하자 ECB가 선제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이날 밤 긴급회의를 열고 7,500억유로(1,030조8,375억원)의 채권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CB는 자산 추가 매입이 모두 올해 안에 이뤄질 것이며 국채와 회사채 모두 매입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 추가 매입은 코로나19 위기가 끝났다고 판단될 때까지 이어진다.
ECB는 이와 함께 매입 대상 자산의 범위를 비금융상업어음으로 확대하고 기업금융청구권 등 은행들이 더 많은 자산에 대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담보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ECB는 성명을 통해 “ECB 이사회는 이 힘든 시기에 모든 유로 지역 시민들을 지원하는 데 주어진 권한 내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12일 ECB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1,200억유로(약 162조7,500억원)의 자산을 추가로 매입하는 내용의 QE를 발표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나왔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가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서둘러 추가 조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경제 활동을 부활시키기 위한 자극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책효과에 이 같은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지만 각국 정부는 일단 경기부양 조치 등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8일 820억캐나다 달러(71조9,787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자영업자들과 소기업을 돕기 위해 400억 유로(약 55조3,0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슈피겔온라인이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코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405억달러(약 50조원) 규모를 마련하기로 했다. 40억5,000만달러(5조원)는 직접적으로 기업 등 경제주체에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업들에 대한 대출 보증과 관련한 지원이다.
터키 정부도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약 2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으며, 폴란드도 470억유로(65조원) 규모의 자금을 위기관리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