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관점] 코로나19 검사…뒤바뀌는 판정에 못 미덥다? 환자 감별 민감도 95~99%

잠복기·잘못된 검체 채취·항바이러스제 결과에 영향

美日 선호하는 N유전자, 변이 잘돼 '가짜 음성' 위험

정확성 떨어지지만 항원검사도 환자 폭증 대응 유용

지금까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통해 29만여명(19일 0시 기준)이 양성 또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양성, 즉 감염 환자로 확진된 비율은 2.8%(8,565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적극적 검사와 역학조사로 환자를 선별·격리하는 방역정책과 검사·의료 역량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도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검사의 정확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일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가 며칠 사이에, 심한 경우 하루 만에 음성에서 양성으로 뒤집히는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항체·항원 검사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한 이해 부족, 의혹을 부추겨 특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주체들의 이해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시행하는 코로나19 검사는 호흡기 감염병 의심환자의 코인두·입인두 면봉 검체나 객담(가래) 검체에 바이러스 유전자(E, N, RdRp 등)가 일정량 이상 있는지 확인한다. 이를 위해 검출하려는 바이러스 유전자(표적유전자)를 흔히 진단키트로 불리는 검사시약과 장비를 이용해 대량으로 복제·증폭하기 때문에 ‘유전자증폭(PCR) 검사’ 또는 ‘유전자검출 검사’로 불린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전 성능평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에 감염된 환자의 검체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민감도가 100% 수준인 것만 긴급사용승인을 하고 있다. 현재 5개사의 검사시약이 승인을 받았는데 승인 시기가 이른 몇 개 제품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조만간 검사현장에서의 실제 민감도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민감도가 95~99%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검사 방법이다. 국내외 보건당국이 유전자 검출 검사 시약에 한해 긴급사용승인을 해주는 이유다.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는 확진될 경우 불가피하게 자가·생활치료소 격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음압격리병상 입원 격리가 원칙이다. 또 검사 결과 가짜 음성(환자인데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올 경우 감염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에 높은 검사 정확도가 요구된다. 그래서 정확도가 높은 코로나19 유전자 검출 검사가 환자를 선별하고 중증환자를 음압격리병상에서 치료해 사망률을 낮춰야 하는 현 단계에서는 적합하다.

◇항바이러스제 끊으면 음성→양성 바뀔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이거나 바이러스의 양이 적은 경우, 코인두·입인두 검체를 제대로 채취하지 못할 경우 감염됐지만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지병) 등을 앓는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가 제대로 발견되지 않다가 시간이 흘러 다시 바이러스 배출이 왕성하게 되면 양성으로 바뀔 수도 있다.

확진자가 ‘칼레트라’ 등 항바이러스제 치료로 바이러스양이 줄어 음성으로 나왔다가 이 약을 끊은 뒤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바이러스 재활성화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잠복기이거나 검체를 잘못 채취해 음성(가짜·거짓 음성)으로 나와 환자를 진단하지 못할 위험은 재검사, 검체 채취법 교육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물론 검사법의 민감도가 100%에 이르지 못해 생기는 문제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선호하는 N 유전자, 변이 잘돼 ‘가짜 음성’ 나올 위험

최근 코로나19 검사시약이 검출하는 유전자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선호하는 N 유전자를 포함해야 민감도가 올라간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대한진단검사의학회·대한진단유전학회·한국검체검사전문수탁기관협회 등 6개 단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이 단체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에 대한 담화문’을 통해 “미국도 N 유전자를 검출하지 않는 진단시약을 긴급사용승인했고 중국·독일·프랑스 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유전자들을 검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진단검사의학회 등과 논의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개한 검사법을 바탕으로 초기에는 여러 코로나바이러스에 공통적인 E 유전자를 선별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만 있는 특이적인 RdRp 유전자를 확인용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하지만 N, ORF1a 유전자 등을 검출하는 2개사(씨젠·솔젠트)의 시약에 대해서도 긴급사용승인을 했다.

미국 CDC와 식품의약국(FDA)도 E, ORF1a, ORF1ab, S, N 유전자 등 국내보다 다양한 유전자 부위를 사용한 검사시약을 긴급사용승인했다. 미국 보건당국이 처음으로 긴급사용승인한 로슈진단의 검사시약은 검출 대상 유전자에 N 유전자가 포함되지 않았다. 프랑스는 RdRp 유전자만으로 감염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진단검사의학회 감염관리이사)는 “질병관리본부와 진단검사학회가 검사시약의 표적유전자를 정할 때 WHO와 미국 CDC가 권고한 E, N, RdRp 등 7~8개 유전자를 검토했는데 미국·일본이 선호하는 N 유전자는 변이가 잘돼 보조적 유전자로 넣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N 유전자의 민감도가 가장 높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E, N, RdRp 등 3개 유전자를 검출하는 검사시약(씨젠)의 경우 검출되는 유전자의 민감도가 E, RdRp, N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한 뒤 “같은 유전자를 검출하도록 만든 검사시약도 세부 특성에 따라 민감도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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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전자를 검출 대상으로 삼느냐는 초기 환자 등의 음성·양성 판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E 유전자는 코로나19는 물론 감기·사스·메르스 등을 일으키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고 민감도도 높다. 그래서 코로나19와 감기를 함께 앓는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치료로 코로나19 환자에게서만 검출되는 RdRp 유전자의 양이 검출 기준 이하로 줄어도 E 유전자가 검출돼 장기간 격리치료를 받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E 유전자 때문에 약하게나마 양성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RdRp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환자를 음성으로 분류해야 할지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데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와 진단검사의학회에서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녹십자의료재단 연구원이 검사장비를 이용해 검체를 분석하고 있다.녹십자의료재단 연구원이 검사장비를 이용해 검체를 분석하고 있다.


◇항원·항체 검사도 적재적소에 쓰면 유용

항원·항체 검사에 대한 이해 부족도 논란을 키웠다. 두 검사는 검사 결과를 얻는 데 3시간가량 걸리는 유전자 검출 검사와 달리 10~15분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어 신속 진단검사로 불린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우리 몸에서 대부분 항체가 형성된다. 면역글로불린M(IgM)은 증상이 나타난 지 7일가량 뒤부터 생겨 14~21일 무렵부터 감소한다. 면역글로불린G(IgG)는 증상 발현 14일가량 뒤부터 증가해 수개월 또는 평생 유지된다. 코로나19의 경우 퇴원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혈액 내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글로불린G가 다량으로 왕성하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항체검사법을 감염 초기 진단용으로 쓰기는 어렵다. 반면 감염 또는 증상이 나타난 지 꽤 됐거나, 항바이러스제 치료 등을 받고 항체가 생겼는지 확인하거나, 감염됐지만 확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면역력으로 이겨내 항체가 만들어진 경우인지 역학적 연관관계를 확인할 때는 항체 검사도 적합하다.

질병관리본부는 항체 검사법 세팅을 마치고 검사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최종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혈액 속에서 코로나19의 항체를 탐지하는 단백질 제작에 성공했다. 이 단백질은 향후 항체 검사 및 치료제·백신 연구개발 등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향후 백신을 개발한다면 몸에 항체가 형성돼야 하는데 (이번에 개발한 단백질 합성기술을 통해) 항체가 형성됐는지, 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럽처럼 감염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거나 치료제가 있다면 유전자 검출 검사에 비해 민감도가 떨어지지만 항원 검사도 유용한 검사 방법이 될 수 있다.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항원 검사의 경우 정확도가 유전자 검출 검사의 50~70% 수준이지만 독감은 치료제가 있어서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임웅재 선임기자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비상대응실무단장)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비상대응실무단장)



▶사후 추적 관리도 중요…“퇴원 2주·4주 뒤 재검사 명시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퇴원하더라도 2주, 4주 뒤에 유전자 검출 검사 등을 통해 반드시 사후 추적관리를 받도록 방역당국이 지침에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비상대응실무단장)은 “대구·경북 지역 등에서 우리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경우 2주, 4주 뒤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퇴원 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돼 다시 코로나19 환자가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환자가 퇴원할 때 한국과 마찬가지로 24시간 간격의 유전자 검출 검사에서 2회 연속 음성 판정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퇴원하더라도 2주 동안 자가격리 조치되고 최종적으로 음성(바이러스 유전자 미검출)으로 판정받아야 자가격리에서 해제된다. 중국 검사법에 대한 정확도 논란이 있지만 코로나19가 감염력도 높고 찜찜한 구석이 많은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퇴원한 환자 관리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병원들은 중국 사례를 참고해 퇴원 2주, 4주 뒤 병원을 방문해 추적관찰할 것을 권한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입원치료 중에는 ‘칼레트라’ 같은 항바이러스제 사용으로 바이러스의 양이 크게 줄지만 환자 본인의 면역력이 아니라 약으로 바이러스를 억누른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퇴원 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더라도 퇴원 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된 사례가 국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퇴원 후 추적관찰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이사장도 “퇴원하고 2주, 4주 뒤 유전자 검출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가 형성됐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웅재 선임기자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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