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처치(Mega Church)로 상징 되는 한국교회의 출발은 집에서 예배를 보는 가정교회였습니다. 그런데 급격한 성장과 함께 ‘교회는 교회다워야 한다’는 인식이 공간, 즉 예배당으로까지 확장돼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협화음도 교회가 사람을 모으는 양적 성장에 치중하다 보니 일어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근 예배당 건축기행문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를 펴낸 주원규 작가를 지난 18일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2009년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이기도 하다. 이전부터 한국 교회의 대형화를 비판해온 그는 이 책에서 ‘예배당’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책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교회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비대해진 강남의 교회, ‘노마디즘(nomadism)’을 추구하는 교회, 보존과 변화의 갈림길에 놓인 교회까지 예배당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 교회가 걸어온 변천사를 담고 있다. 교회라는 공간에 집착해온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다룬 일종의 비평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의 교회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교회를 통한 잇따른 집단감염 사례는 신도 수가 100명도 안 되는 개척교회부터 수십만 명이 등록된 대형교회까지 ‘예배당’이라는 공간에 집착해온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집단감염 우려에도 왜 교회들은 ‘예배당’이라는 공간에 모여서 하는 현장예배를 고집할까. 이 질문에 주 작가는 “그동안 한국 교회의 건축양식은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데에만 집중됐다”며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대형 교회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불안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진단하는 오늘날 한국 교회는 한 마디로 ‘과포화’ 상태다. 그는 “교회 간 균형이나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우리 교회가 최고라는 종교 세력화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교회들이 이미 교회에 가득 들어차고도 남을 신자들을 두고도 선교활동을 벌이는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신천지와 은혜의 강 교회를 비롯해 교회에서 잇따라 발생한 집단 감염 사태도 ‘모여야 한다’는 한국교회의 결속 의지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한국 교회가 예배당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획일적인 예배 방식을 이유로 지목했다.
주 작가는 “한국에서는 목회자의 설교를 일방적으로 듣기 위해 일정한 시간에 특정 공간에 모여서 정해진 예전을 통과해야 예배를 드렸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다른 종교단체들과 달리 온라인 예배 장기화로 인한 개신교와 우리 사회 간 갈등 역시 다양한 예배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 교회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 작가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예배 형식의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가족 단위로 집에서 모이는 ‘홈(home) 예배’나 소그룹 형태로 성서를 읽는 모임 형태의 종교활동이 활성화돼 있다”면서 “물리적인 시간을 투자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여러 예배 방식 중 개인이 성찰하고 사유화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교회주의자인 주 작가는 가장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으로 경북 경산의 하양무학로교회를 꼽는다. 신도가 30여 명에 불과한 이 교회는 연면적 49㎡(15평)의 단층 구조로, 단출한 예배당에는 신도가 아니라도 누구든 들러 기도할 수 있다. 주 작가는 “현실적으로 더 이상 교회 건축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교회가 꼭 세워져야 한다면 예배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열린 공간으로 창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와 함께 한국 교회에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교회가 사람을 채우고 양적으로 성장하는데 광적이었다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발맞춰갈 수 있는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게 가톨릭, 불교와 다른 개신교 만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