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최영기 칼럼]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끝난 후...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보건의료 모범국가 위상 다지고

고용보험 → 취업보험 개편 통해

비정규직·자영업자 안전망 강화

플랫폼 산업 등 혁신에 투자해야



총성 없는 전쟁이다. 그것도 세계대전 수준이다. 중국이 우한을 봉쇄하고 통행을 전면 금지할 때만 해도 서방세계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국가의 체제 경직성과 괴이한 식습관에 경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순식간에 초토화되자 독일과 프랑스, 미국도 서둘러 국경을 봉쇄하고 무기한 휴교와 선거 연기, 통행금지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전시체제인 것이다. 올림픽을 국가부흥의 전기로 삼으려던 일본도 더는 버틸 수 없게 됐다. 속단할 수 없지만 한국은 선제적인 방역과 탁월한 시민의식으로 사회혼란을 최소화하며 이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습해가고 있다. 우리 보건의료시스템이 조명되면서 한국 모델로 평가받게 됐다.

문제는 이 사태가 한때의 보건위기에 그치지 않고 소비와 생산, 무역 등 경제활동 전반을 급격히 위축시켜 세계 경제의 일시적 마비와 장기침체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는 산업 피해와 서민 생활고를 줄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동성을 마구 늘려가지만 그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08년 이후 축적된 거품의 뇌관을 건드려 대공황의 길로 들어서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 경제는 아직 재정 여력이 있고 주식시장의 거품도 크지 않은데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도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서 생계형 자영업자와 도산 위기의 한계기업,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일거리를 잃자마자 생계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저소득가구들에 대한 긴급구호 방안이 시급하게 됐다. 정치 시즌을 맞아 재난기본소득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외화내빈의 정치 상품에 불과하다. 경제정책 당국이 중심에 서서 실질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경제체질 개선과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지향점을 갖고 정책을 선별해나가야 한다.


V자 급반등이 어렵다면 돈을 뿌리더라도 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중장기 비전을 갖고 슬기롭게 대응해야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보기술(IT) 벤처 붐이 큰 도움이 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이 전쟁을 치르며 플랫폼 경제활동의 활성화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더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교육과 노동의 디지털화와 유연화, 공공행정과 의료서비스의 혁신을 능동적으로 열어간다는 진취적인 구상이 필요한 때다. 또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해 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담한 구상도 필요하다. 고용형태가 무엇이든 취업자라면 누구라도 고용안전망의 보호를 받게 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또는 4차 산업혁명의 격변을 견딜 수 있다. 외환위기 와중에서도 여러 빈곤대책을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정비했던 것처럼 지난 20여년 벌려놓기만 했던 잡다한 일자리사업들을 정비해 더 큰 고용안전망으로 제도화할 수도 있다. 근로자에게 한정된 ‘고용보험’을 모든 취업자 대상의 ‘취업보험’으로 확대하면 어떨까. 정규직에게는 당연한 90일의 출산휴가가 비정규직이나 플랫폼노동자, 자영업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불합리를 빨리 고쳐야 한다.

관련기사



이번 기회에 한국을 보건의료의 모범국가로 확고하게 자리 잡도록 하자. 코로나19 전투를 복기해 제도를 정비하고 공중보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청와대에 국가보건회의의 설치, 질병관리본부의 위상 제고와 복지행정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공공조직과 민간 전문역량을 체계적으로 묶어내는 협력체계의 구축 등이 필요하다. 집단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는 장기요양시설이나 비밀종교조직과 같이 공중보건의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의 전투경험을 매뉴얼로 만들어 국제사회와 공유하면 좋을 것이다. 한중일 보건전문가포럼이나 세계보건회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한국이 개인의 일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코로나19와의 전쟁을 효과적으로 이겨냈다는 국제사회의 인증은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통상국가로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기사의 댓글(0)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