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버진 그룹

‘영국 괴짜 재벌’ 리처드 브랜슨(앞쪽) 버진 그룹 회장이 지난 2013년 5월 에어아시아  비행기에서 ‘일일 스튜어디스’로 일한 후 토니 페르난데스(왼쪽) 에어아시아 회장과 함께 내리고 있다. /출처=회장 트위터‘영국 괴짜 재벌’ 리처드 브랜슨(앞쪽) 버진 그룹 회장이 지난 2013년 5월 에어아시아 비행기에서 ‘일일 스튜어디스’로 일한 후 토니 페르난데스(왼쪽) 에어아시아 회장과 함께 내리고 있다. /출처=회장 트위터



2013년 5월 에어아시아 엑스 여객기 기내에서 이색적인 차림을 한 승무원에게 탑승객들의 눈길이 쏠렸다. 화려한 반팔의 빨간 재킷과 빨간 치마를 입은 여장 남성 승무원이 고객서비스를 했기 때문이다. 바로 영국의 괴짜 재벌 리처드 브랜슨(69) 버진그룹 회장이었다. 에어아시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자동차 경주 내기에서 져 흔쾌히 일일 승무원으로 근무한 것이다.


버진그룹은 1970년대 런던에서 우편 음반판매회사로 출발해 항공·미디어·우주관광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힌 영국의 재벌이다. 35개국에 400여 개의 기업을 갖고 있고 7만여명을 고용했다. 창업자 브랜슨은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등 일과 삶에서 ‘재미’를 가장 중시한다. 난독증으로 15세에 학업을 포기했지만 부모의 격려 속에 성장하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그가 처음 창업한 잡지 ‘스튜던트’는 16세 소년이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72년에는 우편주문 전용 음반판매회사 ‘버진레코드’를 세워 성공을 거둔다. 회사 이름 ‘버진’은 “사장도 직원도 초보이니 버진이 좋다”는 직원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한 여객기를 이용할 때 불편을 느낀 후 1984년 중고 보잉747기 한 대를 사서 운항을 시작했다. 영국의 저비용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의 출발이다. 그는 비디오는 물론 목욕·미용·안마까지 가능한 혁신적인 기내서비스로 승승장구했다. 이후 버진 모바일, 호주 항공사 버진 블루, 미국 항공사 버진 아메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버진 제국’을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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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브랜슨 회장이 최근 블로그를 통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2억5,000만달러(3,19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도산 위기에 직면한 항공업계에 비상 신용대출 75억파운드(11조원)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버진애틀랜틱은 현재 운항노선의 85%를 멈췄을 정도로 위기에 처했다. 괴짜로 통하는 그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은 과연 코로나19의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오현환 논설위원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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