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3년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상황을 고려해 취임식도 없이 고객 현장으로 달려간 손 회장은 산적한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비상경영 체제’에서 2기 출범을 맞게 됐다.
우리금융은 25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 안건을 승인했다. 안건이 승인되는 데는 불과 2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금융감독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법원의 인용 등 6개월여간 연임을 둘러싼 어려움 속에서도 금융지주로 다시 출범한 우리금융 최고경영자(CEO)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특히 우리금융 지분 8.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했지만 과점주주(29.88%)와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7.25%)에 우리사주(6.42%)도 손 회장 연임에 찬성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연임 확정 직후 손 회장은 “주주들이 주총에서 연임을 지지해주신 것으로 형식적인 행사는 충분하다”며 별도의 취임식을 생략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전날 취임한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함께 남대문시장과 우리은행 남대문시장 지점을 방문하며 첫 행보를 시작했다. 손 회장은 “남대문 지점 한 곳에서만 소상공인 등 300명에 가까운 영세사업자가 100억원가량의 긴급대출을 신청했다”며 “코로나19 피해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어 자회사 CEO들을 화상회의로 소집해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재난위기 대응을 넘어 그룹 경영 전반의 비상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설치한 비상경영대책위원회도 ‘코로나19대응반’과 ‘경영리스크대응반’ ‘민생금융지원반’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편성했다. 특히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우리금융이 중소·소상공인은 물론 중견·대기업까지 포함한 코로나 피해 기업 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회장은 또 자회사와 지주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당부하는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장기적 경기침체를 고려해 그룹사별 최악의 경영환경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주문했다. 그는 “‘대응·회복·성장’이라는 위기경영 단계에 맞춰 전 그룹사가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고객신뢰 제고와 함께 인수합병(M&A) 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기 체제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코로나19의 여파로 금융지원 부담은 물론 연체율 증가 등도 우려되고 있다. 껄끄러워진 금감원과의 관계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 행정소송 과정에서 금감원과의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적 접근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