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코로나 검사비 실손보험 보장 여부, 아직도 논란 빚는 까닭은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및 치료로 발생한 의료비는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이 가능할까. 의사소견에 의해 검사를 받은 경우 본인부담금을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으니 ‘이득금지의 원칙’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맞다. 또 증상이 없지만 스스로 검사를 받은 경우라면 단순 검진과 마찬가지로 면책(약관상 보험금 지급 사유 없음)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연일 업계와 당국이 이 문제를 두고 씨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오락가락 보험금 지급 원칙이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킨 단적인 사례다.

1일 보험업계는 코로나 관련 실손보험 청구건 중 정부지원대상이지만 의료기관의 착오로 자기부담금이 실제로 발생한 건에 대해 우선 보험금을 지급하고 계약자에게 위임장과 동의서를 받기로 가닥을 잡았다. 코로나 검사비 및 치료비는 모두 면책에 해당하지만 의료기관의 착오로 자기부담금을 낸 고객이 있다면 피보험자를 대신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환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위임장과 고객이 직접 환불받을 경우 보험금을 보험사에 돌려준다는 동의서를 받는다는 것이다. 당장 의료비 부담이 발생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업계가 고객 편의를 확대할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인데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자발적으로 도출했다는 합의안에 대해 업계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의 착오로 자기부담금이 발생했다면 고객이 환급받도록 안내하면 될 일을 보험사가 부담을 떠안는 것이어서다.

여러 보험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합의안에는 금융감독원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다시 말해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업계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것은 금감원인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업계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보험 보장 범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자 금감원은 국가지원금에 대한 보험금 보상 사례를 검토했다. 당시 참고한 사례가 2017년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다. 당시 분조위는 국가가 지급한 의료비 지원금은 국가 유공자 및 유족에게 돌아가야 하므로 피보험자의 부담 여부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국가유공자 및 유족에게 환자 부담 진료비 총액에서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을 공제한 의료비를 기준으로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들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당시 보험사들은 ‘이득금지의 원칙’에 따라 실제 고객 부담분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당국은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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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분조위 결정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이 당시 분조위 결정을 근거로 국가 지원 여부에 관계 없이 코로나 검사 비용을 청구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이메일로 작성해 보험협회를 통해 업계에 공유했다가 논란을 빚기까지 했다.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던 초기 아무런 지침을 내놓지 않던 당국이 뒤늦게 코로나 관련 검사비를 보상하도록 결정하자 대다수 보험사들은 반발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봐도 코로나 검사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할 사유가 없는데도 당국이 일방적으로 보험금 지급 지침을 하달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일부 매체에 연이어 보도되자 금감원은 업계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한 바 없다는 내용의 보도해명자료를 배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후 당국은 검사비를 보장할 경우 입·통원비 등 치료비까지 보장해야 하는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부 면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일부 병원의 실수로 본인부담금이 발생한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고 또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업계가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관련 민원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각 보험사에 접수된 사례를 취합하고 과거 분쟁조정 결과 등을 검토해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것은 맞지만 업계에 보험금 지급이나 부지급을 결정해 통보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료비 환급 절차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부당청구심사 등의 절차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보험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며 “코로나 관련 보험금 청구 문제가 간단해 보이지만 개별 민원 사례로 들어가면 복잡다단한 케이스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금감원으로선 다각도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보험 업계에선 이 같은 사단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으로 당장의 민원 해결에만 급급한 ‘원칙없는 소비자 보호’를 꼽는다. 이른 시일 내에, 민원인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핵심성과지표(KPI)가 맞춰져 있다 보니 보험금 지급 원칙이 일관성과 원칙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당국의 오락가락 지침에 업계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이 목소리 큰 소비자의 민원 해결에만 매몰돼 있다면 정작 보호해야 할 소비자들의 권익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지만 법과 원칙 안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회사가 동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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