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충격으로 급락할 때 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비관론으로 유명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다. 그는 지난달 야후파이낸스 인터뷰를 통해 “이번 경기침체가 192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4분기 ‘I’ 자형 수직낙하, 3·4분기 ‘L’ 자형 침체지속, 4·4분기 ‘U’ 자형 반등 시도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4·4분기 이후 다시 지구의 북반구가 겨울이 도래했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창궐할 경우 ‘W’ 자형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세계적 투자가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탈 회장도 낙관론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너무 많은 낙관론이 퍼져있다”며 “증가하는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일자리 감소, 채무 불이행 증가 등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다시 비관주의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에릭 로젠그렌 보서튼 연방준비은행 총재, 휴 짐버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 시장전략가도 비관론 대열에 섰다. 로젠그렌 총재는 “미국 경제 침체는 확실하다”고 말했으며 짐버 전략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정적 바닥으로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낙관론이 다소 우세한 듯한 모습이다. 특히 미국의 전·현직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회 의장들이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현재 상황이 대공황과는 다른 자연재해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가파른 경기 침체는 짧은 기간 끝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우 빠른 경기 반등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옐런 전 의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코로나 19의 확산 여파에 따라 경기 침체 시나리오가 가능하지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매우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파월 현 연준 의장도 경기 침에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하반기에는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낙관과 비관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서 확실한 것은 2·4분기에 글로벌,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건스탠리(-30%), 골드만삭스(-24%), JP모건(-14%) 등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은 2·4분기 역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물론 실물 경기 위축이 곧바로 약세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의견도 많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 확산 상황에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강화된다면 실물 지표 악화를 우려해 투자심리는 극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증시의 추세적 반등은 통화 및 재정정책 효과를 확인하고 거시경제 지표 개선세 이후 가능했다”며 “이번에도 추세적 반등을 위해서 매크로 지표의 개선세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