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서며 전 세계 감염자 수의 4분의1에 이르렀다. 미국 내에서는 연일 코로나19 확산세를 ‘전쟁’과 ‘테러’ 등에 견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참혹한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피해가 극심한 뉴욕시에 군 의료인력 1,000명을 파견하는 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시간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하루 만에 3만4,000여명 늘어나며 총 31만1,357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긴 뒤 닷새 만인 지난 1일 20만명으로 불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사흘 만에 3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전 세계 감염자(약 120만명)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사망자 수도 8,452명으로 증가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불리는 뉴욕주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 “뉴욕의 코로나19 사망자가 9·11테러 당시를 넘어선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5주간 뉴욕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날까지 2,935명으로, 2001년 뉴욕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서 발생한 9·11테러 당시 2,977명의 희생자 수와 규모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도 이날 “코로나19가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주에서 4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3,56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져 나가는 현 상황을 1~2차 세계대전에 견줘 “치명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불행히도 이번 주 수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며 “가장 힘든 한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같은 (사망자) 숫자를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제1차, 2차 세계대전에서도”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심각한 인식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만명을 넘은 뉴욕시에 군 소속 의료인력 1,000명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에는 이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가 배치돼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군 의료진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전날 쿠오모 주지사는 인공호흡기가 6일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연방정부에 의료인력과 장비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 의료진 파견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줄곧 문제로 지적된 의료장비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료장비 제조업체들이 중증환자에게 필요한 인공호흡기 등 장비 제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비재와 산업재를 생산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 3M에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마스크 생산 확대를 강제하면서 캐나다 등에 대한 수출 금지까지 요구해 3M과 캐나다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달 말 발효된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에 따른 지원액에 더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방침도 밝혔다. 그는 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할당된 금액이 다 소진되면 ‘급여 보호 프로그램 대출(PPP loan)’에 따라 중소기업을 지원할 추가 자금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