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정치와 이념이 아니라 과학과 사실에 근거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패트리스 A 해리스 미국 의사협회(AMA) 회장은 7일(현지시간) 화상 연설에서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말과 행동을 할 때 과학과 증거·사실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포브스지가 보도했다.
해리스 회장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희망적 사고나 이념이 아니라 과학과 연구·증거”라며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자료에 근거해 약의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포브스지는 해리스 박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과학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리스 회장은 “전문가들이 이끄는 정부의 과학 관련 기관들은 정치적 영향력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며 “의사와 과학자·전문가들이 증거에 기반해 사실을 담은 정보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말라리아 치료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능 여부를 놓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과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간 충돌이 빚어졌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나바로 국장은 지난 4일 오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자료를 내놓으며 “명백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했으나 파우치 국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그것은 입증되지 않은 일화적인 증거”라고 반박하자 감정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의사는 아니지만 상식을 갖고 있다”며 거듭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의 과학기구인 유럽연구이사회 수장인 마우로 페라리 의장이 코로나19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에 대한 실망감을 표명하며 사임했다고 EU 대변인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올 1월 취임한 페라리 의장은 “EU에서 과학의 관리방식과 정치적 운용 둘 다 충분히 봤다”며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