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우기홍 "한달 6,000억원씩 수익 감소…빠른 지원 필요"

8일 용인에서 故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 진행

직원 순환 휴직 이어 국내 조종사 휴직도 논의 중

자금 리볼빙 목적 신용 보강 요청…"깜짝 놀랄 규모"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왼쪽)을 비롯한 임원들이 8일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왼쪽)을 비롯한 임원들이 8일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모든 항공사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에 다른 국가들은 빠른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기홍 대한항공(003490) 사장은 8일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에 위치한 신갈 선영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우 사장은 이날 어두운 표정으로 항공 업황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하늘길이 막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적항공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항공 역시 항공기의 92%가 멈춰 있다. 일부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서 운항을 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변동비에 불과하다.

우 사장은 “코로나19 사태는 전무후무한 사건”이라며 “메르스 때는 5개월 만에 4,000억원 수익이 줄었지만 이번 코로나19는 매달 6,000억원씩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적 항공사뿐 아니라 해외 항공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항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객 항공사에는 보조금 30조7,000억원을, 화물 항공사에는 4조9,000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싱가포르항공도 국부펀드 테마섹에서 105억달러의 금융지원을 받기로 했고 독일, 프랑스, 영국, 대만, 일본 등 해외 각국이 과감하고 신속한 항공 산업 지원을 결정했다.


반면 국내 항공사들에 제공되는 금융 지원은 미미하다. 정부는 항공 산업에 1조~2조원 수준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선결적인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항공사들은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기존에 회사채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해 조달했던 자금 차환을 위한 용도의 자금 지원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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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의 항공사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있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항공티켓의 원가를 책정할 수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금융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금융비용을 포함해 비행기 가격을 산정해야 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 사장은 “빚을 늘려달라는 게 아니고 현재 시장 상황이 자금 리볼빙이 힘들다 보니 차환을 위해 정부에 신용 보강을 요청한 것”이라며 “매달 고정비 등으로 사용되는 현금 유보금 고갈 속도가 빨라 이렇게 되면 항공사들 전부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깜짝 놀랄 만한 규모를 요청했다”며 “생각보다 훨씬 적을 수도, 훨씬 많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자구 노력으로 전 직원의 70% 이상이 6개월간 순환 휴직에 들어간다. 대한항공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휴직기간 직원들에게 통상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우 사장은 “대한항공은 IMF 이후 고용보험기금이 만들어진 뒤 매년 350억원씩 20년가량 납부했다”며 “이 기금의 일부분을 지원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는 임원 일부 급여 반납은 물론 외국인 조종사 전원이 3개월 무급 휴가에 들어갔고 한국인 조종사들의 휴직과 관련해 노동조합 측과 논의를 하고 있다. 아울러 비수익 사업부 정리를 검토하는 한편 이르면 이번 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자산 매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8일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8일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


한편 이날 조 전 회장 1주기 추모 행사에는 조원태 회장, 이명희 고문, 조현민 한진칼(180640) 전무 등 가족을 비롯해 9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조 회장은 조중훈 선대회장의 묘지도 참배했으며 추모식은 40분가량 진행됐다. 추모식이 끝나고 이 고문과 조 회장은 각자 차량에 탑승하기 전 5분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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