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주린이·애국버스·개기금' 아시나요?

[2030 동학개미 등장에 증시 신조어 봇물]

인버스 상품 투자는 '버스 탄다'로

구조대=호가 매수자, 다이빙=손절

삼성전자 50층은 5만원대 매수자

암호화폐 광풍때 조어 그대로 차용도

20대 투자자 "신조어로 동질감 생겨"




“애국버스 탑승했어요.” “삼성전자 50층 거주자예요.” “주린이들은 잘 들으세요.”

최근 증시에 20~30대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주식투자와 관련한 ‘신조어’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젊은 개인 투자자들은 신조어를 사용한 갖가지 패러디 글도 만들어 주식투자 관련 카페 등에서 유통시키면서 변동성 많은 증시의 긴장감을 덜어내는 모습이다.


올해 급등락을 반복하는 증시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 ‘동학개미운동’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던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세를 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받아내자 반제국·반봉건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외세에 저항했던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28조원에 달하는 순매수세를 기록하면서 외국인들이 쏟아낸 20조원 가까운 매도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종목이 삼성전자임을 고려해 ‘동학삼전운동’이라는 아류작도 생겨났다.

주식투자를 처음 접하는 젊은 투자자들이 늘면서 ‘주린이’라는 말도 통용되고 있다. ‘~린이’라는 단어는 대개 온라인 게임상에서 초보자를 의미하는 말이다. 예컨대 블리자드의 히트 게임인 오버워치 초보 유저를 옵린이, 리그오브레전드의 초보자를 롤린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국내 프로야구 리그에서는 특정팀의 어린이 팬을 지칭할 때도 쓰인다. 두산 베어스의 어린이 팬을 두린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주린이는 예전에도 심심치 않게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젊은 개미들이 급증하면서 이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애국버스’라는 말도 있다. 이는 일본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한 인버스 상품을 지칭한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일본의 수출금지 조처에 분노한 젊은 층의 일본 증시가 하락하기를 바라는 기대에서 비롯됐다. 인버스(Inverse)의 발음이 ‘인(In) 버스(Bus)’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언어유희이기도 하다. 이와는 반대로 코스피지수를 기반으로 한 인버스 상품은 ‘매국버스’라고 부른다. 코스피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는 ‘매국버스에 탑승한다’고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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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증시의 하방 지지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개기금(개인+연기금)’이라고 부르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연기금이 국내 증시의 약세장에서 늘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주가 하락을 방어한 것처럼 최근 개인이 연기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데서 비롯된 단어다. 실제로 과거 급락장에서 ‘소방수’로 불렸던 연기금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가량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이보다 7배나 많은 액수를 사들이며 지수를 떠받쳤다.

투자시장에서 젊은 층의 새로운 조어 문화가 퍼진 것은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몰아쳤던 ‘암호화폐 투자 광풍’ 시기다. 이때 만들어진 조어들이 2020년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삼성전자를 5만원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50층 거주자’라고 표현한다. 암호화폐 리플이 4,000원일 때 매수한 투자자들이 ‘40층에서 샀다’라고 표현한 것과 비슷하다. 이외에도 ‘끝까지 버틴다’는 ‘존버’, 손절을 의미하는 ‘다이빙’도 자주 쓰는 말들이다.

젊은 개미들은 이런 신조어를 결합해 다양한 패러디 글을 남기고 있다. 자신의 자산을 걸어 자칫 경직될 수밖에 없는 투자활동이지만 이런 글 속에서는 웃음과 재미를 찾고자 하는 낙천적이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밀레니얼 세대의 면모를 살펴볼 수가 있다. 이달 11일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동학농민운동’ 궤적을 살펴 ‘동학개미운동’ 전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글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동학농민군이 1984년 우금치 전투에서 크게 패해 동학농민운동 기세가 꺾인 역사를 돌아볼 때 코스피도 1,894를 정점으로 다시 하향 전환할 것이라는 게 요지다. 20대 투자자인 류모씨는 “은어적 성격을 가진 신조어가 무엇보다 재미가 있고 투자자 간 동질감을 형성해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기성세대 투자자들도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50대 개인 투자자인 박모씨는 “설명을 듣고 난 후에야 ‘버스를 탄다’는 말을 이해했다”면서도 “오랫동안 주식에 관심 없던 20대가 진입하며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 재밌으면서도 반갑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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