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기자의눈]총선 이후...경제는 경제논리로만 풀어야

이태규 금융부 기자




경제는 정치가 잠잘 때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꼭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비이성적인 판단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이에 해당한다. ‘돈이 된다’는 말이 퍼지며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둔 LCC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중국보다도 LCC가 많다는 경제 논리는 지역구 정치인의 압력에 설 자리를 잃었다. 한술 더 떠 통폐합은커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우니 더 화끈한 지원을 하라고 정치권에서 금융당국에 압박이 들어간다는 말도 들린다. 쌍용차도 비슷한 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인도 마힌드라가 구조조정의 첫 원칙 ‘대주주의 충분한 지원’을 어겼음에도 금융위는 지원을 시사했다. 물론 이런 판단이 당장 문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경제를 갉아 먹는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갈 돈의 물꼬를 가로채고 상시적 구조조정의 때를 놓친다.

관련기사



다행스러운 점은 총선이 끝나면서 정치권의 입김을 차단할 적기가 왔다는 점이다. 오는 2022년 3월 대선까지 약 2년간 굵직한 선거가 없다. 우선 LCC는 최소한 올해 출범을 목표로 한 2개사의 신규 취항을 미루는 것이 마땅하다. 쌍용차도 문재인 대통령이 약 2년 전(2018년 7월) 인도 방문 때 해고노동자 복직을 직접 요청했다는 기억을 되살리기보다는 엄정한 경제 논리로 접근하는 금융당국·채권단의 대쪽 같은 신념이 필요하다.

반대로 유망한 기업임에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늑장 지원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자구안을 고수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관가에서는 “적어도 청와대 정책실까지는 ‘대기업 홀대론’은 없다. 다만 정무수석실 등 그 이상으로 가면 홀대론이 없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지지층을 고려해 대기업을 앞장서서 지원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청와대 내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적어도 2년간은 경제 그 자체만 고려했으면 한다.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