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WTI선물 14달러? 25달러?…원유상품 투자 '롤오버 착시' 주의보

5월물 급락 속 6월물은 소폭 하락 그쳐 '콘탱고' 극심

상품마다 다음 월물 갈아타는 방식 달라 수익률 제각각

"중장기 원유 상승 노린다면 채굴업체 투자 고려할만"

2115A21 원유



원유 선물가격이 극심한 ‘콘탱고’ 현상을 빚으면서 관련 상품 투자 시 혼선이 우려된다. 콘탱고란 근월 인도분 선물가격보다 그 이후 인도분 선물가격이 비싼 현상이다. 예컨대 5월물보다 6월물 가격이 크게 높은 상황이다. 콘탱고에서는 다음 월물로 갈아타는 이른바 ‘롤오버’ 시 마치 원유가격이 오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다 롤오버 비용으로 인해 원유상품의 투자 수익률이 원유선물 가격 상승률에 못 미치기 때문에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배럴당 8.1% 급락한 18.27달러에 장을 마쳤다. 반면 6월 인도분 WTI는 25.14달러로 1.5%(0.39달러)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5월물은 뉴욕 현지시간으로 21일이 결제 만기다. 이날까지 원유 선물을 보유하고 있으면 오는 5월1일 현물을 인도받게 된다. 만기를 앞두고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5월물은 장중 14달러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콘탱고가 극심하지 않았다. 지난 3월20일 결제일에 4월물은 22.43달러, 5월물은 22.63달러로 거의 근접한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달 들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되자 원유 수요가 30%가량 급감하면서 근월물과 차근월물 간 가격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 당장 원유 수요는 쪼그라들었지만 앞으로 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원유선물에 투자하는 ETF와 ETN의 경우 ‘눈에 보이는’ WTI근월물 가격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품이 결제 마지막날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롤오버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품마다 롤오버 전략이 달라 수익률도 차이가 난다.

예컨대 KODEX 원유WTI선물 ETF의 경우 이미 4월7~13일 5영업일 동안 순차적으로 5월물 비중을 매일 20%씩 줄이고 6월물을 편입시켰다. 13일부터는 100% 6월물 가격을 반영했다. 신한 WTI원유선물ETN도 같은 방식의 롤오버를 하는 DJCI Crude Oil TR 지수를 추종하고 있다. 다만 TIGER 원유선물 Enhanced ETF의 경우는 현재 올해 12월물 원유 선물에 88.23%를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콘탱고 상황에서는 매달 롤오버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가를 따라가도록 12월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KODEX 원유WTI선물 ETF는 최근의 유가를 더 잘 반영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TIGER 원유선물 Enhanced ETF는 변동성이 작은 특징이 있다. 다만 원유 ETN의 경우 급격하게 벌어지는 괴리율이 문제가 되고 있다. 레버리지상품뿐만 아니라 1배짜리 상품 역시 10% 이상 원래 가치인 ‘장중지표가치(IIV)’와의 괴리가 생기고 있다. 원유 ETF는 괴리율 문제는 없다.

콘탱고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눈에 보이는 유가 흐름과 실제 ETF와 ETN의 수익률 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심한 콘탱고가 지속되면 롤오버 비용으로 원유 ETF나 ETN이 원유 선물 가격 상승률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며 “차라리 장기적으로 원유 상승에 베팅하려면 원유채굴업체 ETF가 낫다”고 조언했다.

이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