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기업 이익 공유' 조건 항공·車 등 7대업종 수혈…정유는 빠져

[5차 비상경제회의 40조 기간산업 안정기금 조성]

은성수 "주가 차액 국민에 환수...기업 국유화 아니다"

정부, 대한항공 부채비율 낮추기 위해 지분 취득할 듯

대출·지급보증·출자 총동원...대상·기준 '산경장'서 결정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정부가 기업의 지분을 취득해 기업이 정상화됐을 때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을 만든 점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지원 과정에서 대주주의 사재출연, 인력 구조조정 등 고통분담안만 담았다”고 설명하며 “미국이 항공업에 먼저 적용했다지만 이번에 정부가 전례 없는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지분 취득, 기업 국유화 아냐…주가 오르면 차액 국민에 환수=구체적으로 정부는 40조원 이상의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기업을 도울 때 지원액의 15~20%를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증권과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전환 시 주가는 지원 직전의 3개월 평균값으로 할 방침이다. 예컨대 기업이 BW를 발행하면 기금이 이를 매입해 기업의 자본을 확충해준다.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정부의 기업 지분 취득은 국유화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관계없다”며 “보통주로 들어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기보다는 주가가 오르면 그 차액을 정부가 받아서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항공·해운·자동차 등 7개 기간산업이 대상=정부의 기업 안정화 방안은 전체적으로 세 갈래로 추진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은 기업 중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은 기존에 발표한 100조원 대책에다 이번에 35조원을 추가해 지원한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기업 가운데 유동성이 부족하고 자본력 보강이 필요한 기간산업에는 40조원+α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돕는다. 아울러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실이 발생한 기업은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기존에 있는 주채권은행 중심의 기업회생 프로그램으로 도와준다. 은 위원장은 “기존의 100조원 대책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이라는 새로운 창을 하나 더 열어놓았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산업은행 내에 설치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한데, 정부는 오는 5월 국회에서 통과를 추진한다. 재원은 40조원 한도의 국가보증기금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역시 보증을 위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기금에는 민간펀드, 특수목적기구(SPV) 출자 등도 추가해 규모를 40조원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들이다. 정유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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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전제조건이 붙는다. 정부의 기업 지분 취득 권한에 더해 혜택을 받는 기업은 고용안정에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 방안은 추후 마련할 예정인데, 일단 6개월간 일정 비율 이상으로 고용총량을 유지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방지한다. 지원 금액을 모두 갚을 때까지 고액연봉을 제한한다. 여기에는 퇴직금과 성과급까지 포함된다. 배당과 자사주 취득도 금지한다.

◇정부, 대한항공 지분 일부 취득할 듯=기금은 △대출 △지급보증 △출자 등 기업이 원하는 형태에 맞춰 지원된다. 은 위원장은 “항공사의 경우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엄청나게 높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노력을 하겠지만 시장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기업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자금을 지원할 때 단순히 부채만 늘리는 게 아니고 자본 형태로 들어가 부채비율을 낮춰 기업이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말 현재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71.5%, 아시아나항공은 1,386.7%에 이른다. 양대 항공사에 부채로 잡히는 대출이 아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출자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대한항공 등의 지분을 일부 취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금의 구체적 지원 대상 및 기준은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기금은 5년간 운용되며 자금지원 신청은 법 시행 후 1년 내로 한다. 아울러 기금 설치 전 긴급한 지원을 위해 항공업 등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먼저 지원할 예정이며 이르면 이번주 지원방안이 발표된다. 정부는 산은·수은 등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현금출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3차 추경을 할 때 금융보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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