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국부펀드 규모는 한때 1조달러를 넘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가급락 상황에서 손실을 보기는 했지만 지난 3월 기준으로도 약 9,300억달러로 우리 돈으로는 1,134조원 정도이다. 인구가 550만여명이니 1인당 2억원 정도의 부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다.
북해에서 석유가 발견된 후 노르웨이는 석유매각대금을 다 사용하지 않고 80% 정도를 적립해 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석유를 매각한 대금을 현세대가 다 써버리면 세월이 흘러 석유매장량이 고갈돼 석유판매대금이 없어질 경우 미래세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세대 간 형평과 배려심에 근거한 조치였다. 석유판매가 증가하면서 원금이 계속 증가하고 최고의 전문가를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면서 수익률도 상당해서 엄청난 규모의 국부펀드가 된 것이다. 지금은 펀드 운용수익을 재정에 투입해 사용하도록 했지만 석유판매 액수에 비례해 원금은 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래세대에 빚이 아니라 자산을 물려줄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도 포함돼 있기는 하나 현 정부는 재정에 너무도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소위 소득주도 성장이나 탈원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분을 재정 집행을 통한 아르바이트 일자리 등으로 메우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에게 세금으로 임금을 일부 보전해주는 등 재정 역할을 너무 확대하다 보니 국가부채는 자꾸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8.1%였는데 이 비율이 올해 말 44%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경우 국가채무 비율이 46%를 넘어서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일부에서는 이 비율을 올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국가부채는 한 번 늘어나면 줄이기가 힘들다. 국가세금수입은 사용할 곳이 너무 많다 보니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만 상환할 뿐 원금을 갚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미국이나 일본 같은 기축통화국이나 준기축통화국이면 몰라도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인 원화를 발행해 사용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부채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의 평균이 100% 정도이지만 이 중에서 비기축통화국만 따로 분류하면 평균치가 55% 정도로 낮은 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사실상 책임져야 할 공기업 부채가 상당한 수준이다. 공기업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20% 정도이니 38%에 20%를 더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이미 60% 근처라는 지적도 있다. 국가부채 증가 문제는 국가신용등급 문제와 함께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세대 간 형평성 문제까지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세대에 빚만 잔뜩 물려줘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