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등 신차 2대를 내년 출시한다.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투자 철회로 생사기로에 선 쌍용차(003620)는 신차 출시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재무상황이 만만찮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중형 SUV(프로젝트명 J100)와 전기차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차종 모두 신차 개발 자금이 모두 투입된 단계”라며 “마힌드라의 추가 투자 여부와 관계없이 출시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J100 출시로 비어있던 중형 SUV 라인업을 채우고, 중형 SUV 전기차로 친환경차까지 라인업을 확대해 재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쌍용차의 SUV 라인업은 중형을 제외한 소형 티볼리, 준중형 코란도, 대형 G4 렉스턴으로 구성돼 있다. 쌍용차가 중형 SUV를 출시하는 것은 2011년 ‘카이런’을 단종한 후 약 11년 만이다. 쌍용차는 J100에 마힌드라 중형 SUV나 코란도 플랫폼을 변형하는 게 아닌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해 싼타페, 쏘렌토, QM6와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형 SUV들이 크기를 키워나가는 만큼 J100은 준대형급 SUV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며 “넓은 실내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7년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했던 컨셉트카 XAVL이 베이스가 도리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내 첫 중형 SUV 전기차 출시도 서두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중형 SUV 전기차를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 이상이 될 수 있도록 배터리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신형 전기차가 소형 SUV 시장을 개척했던 티볼리의 영광을 재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신차 2대를 잇달아 내놓으며 반등에 나서지만 쌍용차 입장에서는 올해를 버티는 게 관건이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2,540억원. 마힌드라가 2,300억원의 신규 투자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며 지급을 결정한 4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만으로는 차입금을 갚기 어렵다. 2019년 기준 쌍용차의 재무상태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기 직전인 2008년 수준으로 악화했다. 2019년 쌍용차의 부채비율은 400%로 2008년(574%) 보다는 낮았지만 적정 부채비율(200%)보다 2배나 높다. 단기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50%로 2008년(71%)보다 더 악화됐다. 반면 올 1·4분기 판매량도 작년 동기 대비 30.7% 감소한 2만4,139대에 그쳤다. 당장 7월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상환이 문제다. 쌍용차 노사는 정부와 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하는 중이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