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000270)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 4월 해외 판매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가 주요 자동차 판매국가인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현지 생산 기지가 문을 닫고 소비 수요가 자취를 감춘 탓이다. 2·4분기 초입인 지난달 해외 판매 급감이 현실화하면서 향후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나마 내수 시장에서는 신차가 없었던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신차 효과로 선전했다.
현대차(005380)는 6일 지난달 해외에서 8만8,037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달 29만7,540대에서 무려 70.4%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해외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소비 수요가 위축되는 등 경제활동이 마비되다시피 한 여파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한 곳인 미국에선 지난달 신차 판매가 약 53% 급감했고, 역시 주요 시장인 유럽 또한 프랑스에서 89%·이탈리아에서 98%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기아차 역시 지난달 해외시장에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4.9% 줄어든 8만3,855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3사의 해외실적도 ‘폭격’을 맞은 수준이다. 한국GM의 지난달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8% 줄어든 2만2,043대,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생산 종료 여파까지 겹치면서 72.5% 감소한 2,072대에 그쳤다. 쌍용차(003620) 수출량은 796대로 작년 같은 달 2,438대에서 67.4%나 줄었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인한 해외 판매 감소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지난 1·4분기에 그나마 선방했던 현대·기아차의 2·4분기 성적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코로나19가 해외 주요 시장으로 번지기 시작한 지난 3월 현대차 해외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26.2%, 기아차는 11.2% 줄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감소폭이 각각 70.4%와 54.9%로 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에 유례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거리는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며 생산이 정상화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국내 시장이다. 특히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며 ‘신차 효과’를 누렸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지난해 4월보다 무려 19.9% 많은 5만361대를 판매했다. 1등 공신은 3월 중순 출시한 4세대 ‘쏘렌토’였다. 총 9,270대가 팔려 지난달 기아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에 올랐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전년 동월보다 0.5% 감소한 7만1,042대를 판매했다. 1만5,000대 팔린 ‘그랜저’가 판매를 이끌었고, 지난달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 ‘아반떼’도 8,249대 팔리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르노삼성은 6,276대가 팔린 ‘XM3’ 효과로 내수 판매량이 6,175대에서 1만1,015대로 78.4%나 뛰어올랐다. 한국GM도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내수 실적을 견인하면서 전년 동월 6,433대에서 지난달 6,706대로 4.2% 증가했다.
다만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쌍용차는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고전했다. 전 차종 판매량이 전년 동월, 전월보다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같은 달(1만275대)보다 41.4% 줄어든 6,017대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는 고정비 절감을 위해 공장을 세우고 인력 순환휴직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