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서로 ‘자녀 스펙 품앗이’를 한 게 맞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장 교수는 조 전 장관 딸 조모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의 책임저자이며, 그의 아들 장모씨는 조씨와 한영외고 유학반 동창 관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열린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씨는 부친 장 교수와 조 전 장관이 서로의 자녀에게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스펙을 만들어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장영표 교수 아들, 스펙 품앗이 인정한 본인의 檢 진술 기억=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장 교수)가 조씨의 스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서, 저도 제 스펙을 만드는 데 조씨 아버지(조 전 장관)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당시 “스펙 품앗이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장씨는 “그런 말이다. 스펙 품앗이를 다른 학생들도 하는 분위기였다”고 대답했었다.
아울러 장씨는 과거 검찰 조사에서 조씨가 자신에게 전화해 “아버지(장 교수)에게 제1저자 등재가 문제 없다는 해명 문서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장 교수는 “해명 문서를 만들어 이메일로 보내겠다”며 “내가 다 책임질 테니 걱정 말라”고도 했다고 덧붙였었다.
이날 법정에서 장씨는 자신이 이러한 모든 진술을 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해당 진술을 한 바 있는지 확인하는 검찰의 질문에 장씨는 “사실이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조국 딸 왔다는 학술대회서 조국 딸 못 봐”=장씨는 조씨가 인턴 활동을 했다고 한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학술대회에서 조씨를 보지 못했다는 증언도 했다. 검찰은 학술대회 세미나 동영상을 재생하며 “당일 조씨를 본 적 있냐”고 물었고, 이에 장씨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는 휴식 시간에도 조씨를 포함한 다른 한영외고 학생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조씨가 검찰 조사에서 “같이 스터디를 했던 학생들과 함께 학술대회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주장한 내용에 배치된다.
이어 학술대회 세미나에 대해 “홀의 규모가 크지 않고 참석자가 2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영외고 학생이 참석했다면 증인은 그 사실을 모를 수 없었던 거냐”는 검찰 질문에도 장씨는 “네”라고 대답했다. 당시 장씨가 조씨를 보지 못했다면 조씨는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딸 조씨가 SCI급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오른 단국대 인턴십 등 학부모 간 스펙 품앗이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남편 조 전 장관과 장 교수가 각각의 근무지에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자제들이 인턴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다. 조씨는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07년7~8월 2주간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한 뒤 2009년3월 단국대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근무하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로 딸의 인턴 경력을 만들면서,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준 장 교수 아들 장씨의 인턴 경력도 허위로 만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서울대 법대는 고교생 대상 인턴십을 공개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치권 일부 세력을 통해 전해지며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