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승의 날에는 졸업생과 은사가 오랜만에 만나 ‘사제의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등교 개학이 시행 직전 연기되자 학교들이 졸업생들의 모교 방문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부 학교들이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졸업생들에게 학교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공지했다.
서울 광진구의 S고등학교는 지난 11일 학교홈페이지에 ‘스승의 날 졸업생의 학교 방문 자제 요청’ 공지문을 띄웠다. 학교는 “5월 6일부터 생활속 거리두기로 이행하였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재유행 위험성은 존재하며 조용한 전파를 경계하여야 할 시기”라면서 “우리 학교는 소독을 일상화하고 개인이 생활방역의 주체가 돼 모두 협력하여 등교 개학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승의 날을 맞이해 졸업생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하고 사제지정을 나누는 훈훈한 모습이 그립지만 올해는 방문을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의 H고등학교도 지난 8일 졸업생들에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졸업생들에게 학교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학교는 “지금까지 많은 수의 졸업생들이 스승의 날을 즈음한 시기에 학교를 방문하여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사제의 정을 나눠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움 속에 있다”면서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졸업생들은 학교를 방문하는 대신 전화나 메일 등을 통해 선생님들께 안부를 전하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제정된 이후로 학교에서 졸업생들의 모교 방문이 그나마 스승의 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대부분 학교들이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 스승의 날을 재량수업일로 지정하거나 기념 행사를 없앴기 때문이다.
졸업생들과 교사들은 아쉬움이 크지만 재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다음을 기약하는 분위기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선생님께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음에 보자고 하시더라”며 재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온라인 개학 이후 충남과 경기지역 일부 학교 교직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실내 집단 배구 등 체육활동을 해 비판을 받은 뒤로 학교에서는 단체 행사는 물론 회식 등 대면 활동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달 초 연휴기간 광주·전남 지역 원어민 강사와 교직원 58명이 서울 이태원과 홍대 일대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자 교육부가 이태원 유흥업소를 방문했거나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교직원에게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신종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으라고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