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정희) 정권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았지만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로 용서할 것을 선언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중에 있을 때 자신을 탄압한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대해 용서를 다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1980년 신군부에서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투옥된 김 전 대통령이 사형을 선고받은 뒤 직접 쓴 옥중 수필 원고와 당시 최후진술 등의 사료를 14일 공개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김대중 일당의 내란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조작해 김 전 대통령 등을 기소한 사건이다.
공개된 사료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사형수 시절인 1980년 12월3일 쓴 옥중 수필에서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대해 용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는 그리스챤(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과 우리 역사의 최대 오점인 정치보복의 악폐를 내가 당한 것으로 끝마쳐야겠다는 신념을 1976년의 3·1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투옥된 후 굳게 하며 그 이후에 일관했다”고 수필 서두에 썼다.
이어 박정희 정권 당시 자신을 박해한 이들에 대한 용서의 뜻을 밝히며 “지금 나를 이러한 지경에 둔 모든 사람에 대해서도 어떠한 증오나 보복심을 갖지 않으며 이를 하느님 앞에 조석(朝夕)으로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사형수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친필로 직접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김대중의 화해·용서·포용·관용의 정치는 DJP연합을 통해 최초의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고 이 땅의 진보와 보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연대와 화합을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이외에도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 당시 김 전 대통령과 고 문익환 목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수감 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대표)의 최후 진술도 공개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