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잠적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해도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에 신빙성을 담보할 만한 정황이 확실하다면 증거능력이 있다는 법원이 판단이 대법원에서 재확인됐다. 이에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며 마사지사에게 성매매를 요구했다 거부당하자 폭행한 20대는 태국인 피해자가 법정에 불출석했음에도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매매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8년 10월 경북 구미시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며 태국인 마사지사 A씨에게 손님과 성매매를 요구했으나 거부하자 주먹으로 옆구리·등을 때리고 종아리를 발로 밟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전치 2주의 다발성 타박상 등을 당했던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가 불법체류자라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종적을 감춰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바람에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 등에 필요한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을 전혀 소화할 수 없었다. 이에 이씨 측이 무죄를 주장하며 피해자의 진술이 증거능력을 인정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과 상고심 모두 이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진술 내용이나 조서 또는 메신저 대화 내용 작성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이 폭력 행사를 인정하지 않으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종업원에게 진술번복을 강요한 정황마저 보인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구태여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아도 신빙성에 의문이 없어 조서의 증명력을 인정할 사정이 있으면 증거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결이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정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