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셧다운(폐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해 경기침체(recession)와 장기불황(depression·공황) 사이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11월 대선을 고려하면 앞으로 두 달 정도는 안 좋을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루빈스타인 회장은 14일(현지시간) 아틀란틱카운슬과의 웹세미나에서 “(과거의 위기와) 이번엔 다르다”며 “우리는 지금껏 전염병과 경기침체가 합쳐진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나는 주식시장이 굳건한데 놀랐다”며 주식시장 거품론에 동참했습니다.
루빈스타인 회장은 또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다. 선진국, 개도국, 신흥국 등 모든 시장이 동시에 경기침체”라며 “미국은 3,000만명 이상이 실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단순 경기침체는 아니다. 침체보다 나쁘다”며 “그렇다고 공황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둘 사이에 뭘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경제의 상황이 경기침체와 공황 사이에 있다는 뜻이지요.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황 초입이라고 했는데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회복에 시간이 걸릴 텐데 9개월이나 그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루빈스타인 회장은 고용도 나빠질 것으로 봤습니다. 임시해고는 완전해고로 갈 것이며 해고된 이들은 불행하지만 다시 일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미중 관계는 당분간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로) 미중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나는 지금과 (대선이 있는) 6개월 후의 상황이 어떻게 다를지 두렵다”고 했는데요. 그는 “선거기간 동안 사람들은 중국을 비난할 것이다. 이는 이것이 공정하냐와는 별개”라며 “미국에는 중국에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투표할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며 전면전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루빈스타인은 예견했습니다. 그는 “미중 관계는 손상이 있겠지만 좋은 관계로 올라가기 전에 내려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두 달 간 관계가 안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사이에 두 나라가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얘기도 되겠습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입니다. 루빈스타인 회장은 “달러는 수십년 간 기축통화였다. 이 기간 동안 유로화나 위안화, 엔화도 사실상 기축통화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가 달러화를 사야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가까운 장래에도 기축통화가 못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코로나19로 신흥국들은 고통이 커질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신흥국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부채가 많았다”며 “위기 때문에 달러화를 비축해야 하는데 미국과 유럽국가에서의 투자는 빠져나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