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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위안부 할머니들, 16년 전에도 "정대협은 피해자 앵벌이로 팔아 배불린 악당"

'첫 공식 피해자' 심미자 할머니 등

무궁화회, 2004년 비판성명 및 소송

주목 못받다가 윤미향 논란에 재조명

"편법으로 지원금 타 국민혈세 축내"

현재 이용수 할머니와 판박이 논리

尹은 노무현정부 때 정대협 상임대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연합뉴스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시민단체 운영과 관련해 회계 부정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피해자인 할머니들 상당수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 이용수 할머니와 사실상 거의 같은 관점에서 해당 단체를 비판했던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2004년에는 별도의 위안부 할머니들 모임인 세계평화무궁화회 소속 피해자들이 수요집회를 주도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고 ‘모금 금지 소송’까지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미자 할머니 등 33명의 할머니는 2004년 1월 ‘위안부 두번 울린 정대협, 문닫아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대협 사람들을 가리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 온 악당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시아 여성기금을 받으면 공창(公娼)된다”는 윤정옥 당시 정대협 대표의 공개 발언에는 “우리가 몇 년만 젊었어도 입에 주리를 틀고 싶다”고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심 할머니 등 피해자 13명은 같은 해 성명과 같은 이유로 정대협과 나눔의 집을 상대로 ‘모금 행위 및 시위 동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무궁화회 회장이었던 심미자 할머니는 2004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처음으로 진짜 ‘일본군 위안부’임을 인정받은 피해자였다. 심 할머니는 2008년 작고했다. 윤 당선인은 2004년 당시 정대협 사무총장이었고 이듬해 2월부터 계속 상임대표를 맡았다.

16년 전 할머니들의 정대협 비판 논리는 최근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과 판박이다. 정부지원금을 편법으로 타 국고를 유용했다는 것부터 단체를 해체하라는 요구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4년에는 정대협을 향한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를 계기로 윤 당선인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16년 만에 재조명을 받게 됐다. 다음은 2004년 1월 당시 무궁화회 소속 할머니들이 낸 정대협 비판 성명 전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인권정당 회원 등이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심미자 할머니 인권탄압 총궐기대회’를 열고 “일본 정부는 배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인권정당 회원 등이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심미자 할머니 인권탄압 총궐기대회’를 열고 “일본 정부는 배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닫아라 - 33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름으로 고한다

만약 누군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고 묻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명칭을 액면대로 해석해 보자면 한국을 대표한 시민단체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정신대로 끌려간 위안부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뤄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는 한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큰 버팀목 역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모두가 허구일 뿐 실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서 자신들의 잇속만 채운 사람들의 집단’이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울린 사람들’이라고.

정대협이 발족될 당시인 1990년 11월 16일. 당신들은 정대협 간판을 내걸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한일간의 왜곡된 역사 바로잡기 위해 정대협을 발족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역사에 묻혀 숨죽여 살아온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얼마나 가슴 벅찬 구호처럼 들려왔는지 지금도 그때의 일을 기억하면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겹도록 흘린 눈물은 당신들의 본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들춰지면서부터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대협을 분노에 찬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발족의 변에서 밝힌 바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는 정반대의 길을 달려왔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정대협 관계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빌미로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좀 더 거칠게 말하자면 당신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들인 것입니다.

이미 정치인으로 둔갑해 간 이미경과 지은희를 포함해 정대협의 전·현직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입이 닳도록 주장해온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죄 그리고 법적 보상’을 위해 당신들은 지금까지 한 것이 무엇이었나요.

일본놈들이 누누이 강조해왔던 ‘법적 배상은 국가 간 이미 끝났다’는 점을 일본재판소에서도 마찬가지로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종결된 것’으로 결론을 내린데 대해 왜 단 한 번도 일본 법정에 나가 따져 묻지 않았나요.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은 10년을 넘게 사비를 털어 일본을 오가며 법정투쟁을 벌여왔는데 말입니다.

일본놈들이 수 차례 걸쳐 국가 간 배상문제는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 설령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국가간 배상과 관계없이 개인적인 배상은 유효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일협정이 어떻게 이뤄졌고 배상문제가 어디까지 협정서에 올라있는지 그 내용을 따져 물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더군요. 혹 침묵의 대가로 발족한 이래 1998년까지는 정부로부터 일정액의 정부 보조금을 타내 정대협을 운영해왔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각종 프로젝트니 뭐니 하는 것을 만들어 편법으로 정부지원금을 타내 국민혈세를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당신들이 말한 위안부 인권회복 운운에 대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치를 떨고 있습니다. 먼저 원론적인 질문 하나 할까 합니다. 대체 15년 동안 위안부 인권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로서는 전혀 체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반대로 인권유린은 당신들로부터 받은 게 참으로 많았습니다.

한 가지 실례로 1997년 2월 27일 ‘정신대문제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윤정옥이라는 당신들의 대표가 한 말 기억하십니까? “아시아여성기금을 받는다면 자원해 나간 공창이 되는 것”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떠들어댔던 일, 그것이 인권회복을 위한 발언이었나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을 세 치 혀로 조잘댄 윤정옥 같은 사람이 대표로 있는 정대협은 분명 책임도 지지 못할 인권유린을 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몇 년만 젊어 거동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윤정옥 이X의 입에 주리를 틀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아울러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창이라는 말까지 듣게 된 그 기금이 당신네들이 주는 돈입니까?. 한 가지 예로 지나가는 길에서 술 취한 미X놈이 여자 행인을 강제로 끌고가 윤간을 했다손 칩시다.


당시에는 그가 누군지 몰랐다가 세월이 한 참 흐른 뒤에 그 취객의 자손이 나타나 피해배상 문제와는 별도로 가족들이 모은 위로금이니 이것이라도 받아 준다면 우리 가족들 마음에 조금이나마 죄스러움을 씻을 수 있겠다며 애원해 그 피해 여성이 그 돈을 받았다면 그것이 창녀 짓의 대가로 받는 것입니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주는 위로금을 당신들이 뭔데 공창 운운하며 우리를 두 번 울리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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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7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았다고 해서 당신들 무슨 짓을 했습니까. 공개적으로 7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놓고 매도하는가 하면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가엽게 여겨 일괄 지급해주기로 한 보상금 3,150만원을 받지 못하도록 방해한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입니다.

결국 어떻게 됐나요. 우리의 동료인 위안부 할머니들 7명만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부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슴에 한이 남아있는 것 당신들은 알고 있습니까. 그렇다고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지 못하도록 당신들이 그렇게 방해하고 통장 계좌를 수시로 확인하고 전화로 공갈 협박을 일삼아도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형편이 어려워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당신들은 왜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에 우리 무궁화회 할머니들은 모두는 당신들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정부 보상금을 받지 못한 7명의 할머니들에게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는 정부 보상금을 빠른 시일 내 지급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방해공작을 펴 왔던 국회의원 이미경과 여성부 장관 지은희가 정대협 출신이기 때문에 당신들이 앞장설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항의합니다.

정대협에 관계하고 있는 당신들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할 일 또 있습니다. 우리 할머니들이 알고 있기로는 당신들 대부분이 하나님을 믿는 백성인 크리스천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해서 하나님 이름으로 당신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1991년 1월16일 미야자와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대사관 앞에서 정신대 문제를 위해 시작한 수요시위를 계기로 1992년 1월8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집회를 왜 지금까지 끌고 나가는 것입니까. 할머니들을 꼭두각시처럼 앞장세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열고 있는 수요집회의 진정한 뜻이 무엇입니까.

일본은 한일협정으로 이미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은 끝났다고 하고 한국 정부나 매국노 김종필은 입을 다물고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 할머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당신들의 속셈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수요집회를 지속해야 정대협이라는 배가 항해할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국내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결같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수요집회를 꺼려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다시는 우리를 앵벌이로 삼는 노름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이유인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현재 수요집회에 그나마 참석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누가 있습니까. 기껏해야 중국에서 들어온 중국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작 아닙니까. 경고합니다. 이제 다시는 할머니들을 앵벌이 삼아 자신들의 명분 쌓기에만 급급한 수요집회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진정 당신들이 하나님을 두렵게 생각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신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답시고 전국 각처에서 손을 빌려 걷어 들인 성금이나 모금액이 전부 얼마입니까. 그 많은 돈 대체 어디에 사용했습니까. 모르는 국민들은 그 모금이나 성금이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린 당신들이 걷어 들인 성금이나 모금으로 수혜를 받은 적 없습니다. 당장 고해성사 하고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턴 돈들을 모두 사재를 터는 한이 있더라도 토해낼 것을 촉구합니다.

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또 있습니다. 1999년 3월3일 교육관을 개관한데 이어 2001년 6월에는 전쟁과 여성인권센터(가칭)를 설립했더군요. 위안부 할머니들은 홀로 어렵게 생활하며 병마와 싸우고 있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을 회복시키는 일을 한다는 당신들은 정대협이 살아날 길만 찾는데 혈안이 된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위안부 할머니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세상에 알린 위안부 실태 증언을 비디오로 제작해 돈을 받고 상영해주는가 하면 책으로 엮어 책 장사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강의료 받아오며 호의호식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하나님은 분명 당신들이 걷고 있는 행실에 대해 죄라 말할 것이며 언젠가는 그 죗값을 지불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정대협 사무실에서 이름만 달리하고 있는 한국정신대연구소, 소위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조사와 위안부 관련 자료를 연구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교육 홍보활동 및 관련 운동단체와 연대사업을 한다는 그곳은 정대협이 위장한 또 하나의 정대협이 아닙니까.

1998년 정부로부터 정액보조금이 중단된 이후 정신대연구소 이름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국민혈세를 흡혈귀처럼 빼먹고 있습니까.

얼마 전 당신들이 여성부로부터 3억원의 예산을 타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는 것입니까. 적어도 실태조사를 했다고 한다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집을 직접 찾아 어떻게 살고 있고 확인을 해 그 실정을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 33명의 무궁화회 할머니들은 그 어떠한 곳으로부터도 전화나 방문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실태조사를 했다는 것이며 그 돈 어디에 사용했습니까. 당신들은 분명 국고를 유용하거나 횡령을 한 것입니다.

정대협 출신의 지은희가 여성부 장관이 되더니 정대협과 짜고 3억원의 국고를 유용하거나 횡령한 사실을 과연 노무현 대통령은 알고 계신지 참으로 궁금하기만 합니다. 또한 그 같은 행각을 일삼아왔던 정대협 출신들이 정계에 속속 입문하는 것을 보고 노무현 대통령 사람을 볼 줄 모른다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33명의 무궁화자매회 소속 위안부 할머니들은 매일 밤 십자가 앞에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나님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시다면 우리를 두 번 죽이고 있는 정대협 사람들을 몰아내 주시고 다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 배를 불리게 하는 일 없도록 강구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들린다면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하나님께 머리 숙여 기도하는 우리들의 작은 기도를 듣게 된다면 정대협의 간판을 내리고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지은 죄 속죄하십시오. 그 날이 속히 오기만을 서원하며 우리 33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은 지금도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2004년 1월

태평양전쟁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임 세계평화무궁화회 33인 일동

7일 대구에서 윤미향 당선인을 비판하며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용수 할머니. 16년 전 다른 할머니들이 주장했던 내용과 사실상 거의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7일 대구에서 윤미향 당선인을 비판하며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용수 할머니. 16년 전 다른 할머니들이 주장했던 내용과 사실상 거의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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