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으로 정부의 소비활성화 스텝이 엉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회복 출발점으로 소비진작을 위한 시간표를 보다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나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비롯해 ‘방역’에서 ‘경제’로 전환하는 시점이 사실상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6일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과 함께 이르면 이달부터 추가 내수대책을 내놓고 소비회복을 꾀하려 했으나 일단 올 스톱시켰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지난주까지 소비활성화 방안 마련에 속도를 냈다가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 등 환경 변화를 감안해 다시 덮어뒀다”며 “통제하기 힘든 감염병 상황이 계속 변동돼 대책을 시행하는 시점을 잡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4월까지 내수 지표들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하철 이용객은 3월 1주 42.7% 감소했던 것이 4월 3주에는 34.4%로 감소폭이 줄었고 철도 이용률은 33.3%에서 54.6%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를 봐도 -10.3%에서 -3.5%로 개선됐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4월말 경제중대본 브리핑에서 내수에 대해 “상당히 큰 폭으로 정상화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판단했으나 지난 14일에는 이태원발 4차감염을 의식해 “향후 개선흐름의 지속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시각이 바뀌었다. 향후 제조업 수출 충격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비와 서비스업의 정상화가 이를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의 계획이 어그러진 셈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내수대책이 포함되겠지만 ‘동행세일’ 같이 사람들이 군집해야 하는 것은 크게 열기 조심스럽다”면서 “사업 성격에 따라 시행 시기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가라앉아야 내수 촉진 대책이 효과가 나온다”며 “한정된 재원을 쓰는 것이어서 지금같이 불안한 상황이라면 대책을 더 연기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지난 2월 대ㆍ중소 유통업체,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이 참여하는 상생 개념의 ‘대한민국 동행세일’ 계획을 발표했으나 상반기 개최는 힘들어 보인다. 국내 관광시 휴가비 매칭 지원과 관광상품 추가 할인, 관광수요 회복시기에 맞춘 KTX 할인행사 등도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모임 및 외출 자제 움직임 확산에 따라 줄줄이 미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14조3,000억원을 뿌린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도 한달 정도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의 내수 효과는 한달 뿐인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재정적자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철저하게 비용편익 관점에서 경제적 분석을 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경제재개에 시동을 거는 등 여러 국가들이 감염확산방지와 사회적 접촉 확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감염병 문제는 경제로 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어 내수 위축이 더 길어질 것 같고 근본적으로 얼마나 회복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활동 위축과 관광객 급감 충격이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해왔다. 따라서 4~7월 체크·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율을 최대 80% 확대하고 6월까지 모든 승용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를 70% 인하,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환급과 같은 내수대책이 하반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