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방역 모범국 질병관리청 되려면

임웅재 보건의료 선임기자

안팎 전문가 뽑고 키우려면

청장 인사권·예산권 보장해야

감염병전문병원 컨트롤타워

국립중앙의료원 제 기능 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차관급으로 승격했지만 인사권·예산권이 없다. 공무원 조직에서 인사권이 없으면 직원들을 통솔하기 힘들다. 예산 결정권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갖고 있다 보니까 보건복지부에서 하는 모든 예산이 우선이고, 나머지 남으면 질병관리본부 신청한 것 중에 주는 시스템으로 흘러가기 쉽다.


청으로 승격하면 방역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을 선발하고 키우는 데 유리하다. 역학조사관 확충도 마찬가지다. 기관장이 예산권·인사권이 없으니 중앙역학조사관을 뽑기도 어렵고 어렵게 뽑아도 제자리에 붙어 있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처우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해서다. 예산권·인사권을 강화해 내부 전문가를 키우고 외부 전문가도 채용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되면 지방청도 생기고 각 지방에서 평소 지자체 등과 긴밀한 교류를 하게 되고 지방 특성에 맞는 방역대책을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사태 해결에도 질병관리본부 직원이 내려가서 많이 도와줬다고 한다. 올가을이나 겨울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 개편과 코로나19 대응책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일회성으로 그친 신종플루·사스·메르스와 달리 토착화 가능성도 점쳐지는 만큼 냄비 근성을 버리고 방역체계를 손볼 절호의 기회다.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감염병전문병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전·신축도 서둘러야 한다. 서울시에서 현 의료원 옆에 대체부지를 제안한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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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은 낙후한 시설과 법령 미비로 중증 감염병 환자들을 많이 치료하지 못했고 사령탑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각기 바쁜 병원들을 상대로 코로나19 환자 치료지침 마련 등에 필요한 임상 정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임상위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져 경제·사회적 격변으로 이어지고 향후 진행 상황에 대한 예측도 어려운 만큼 중앙감염병병원 설치를 신속하게 구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을 정도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중앙감염병전문병원(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 1곳과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3곳을 설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중단된 상태다.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감염병전문병원 운영방안’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100병상 이상,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은 36병상 이상의 음압격리병상을 갖춰야 한다. 중앙과 3개 권역병원에서 208개의 음압격리병상을 확보했다면 대구·경북에서 음압격리병상이 부족해 집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는 참사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신현영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질병관리청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감염병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6개 권역에 질병관리본부 지역본부와 검역사무소 5곳 추가 설치, 중앙·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및 국립감염병연구소 건립도 담을 계획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감염병전문병원·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법안 등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전문병원이 없다 보니 초기 코로나19 환자 치료과정에서 부실·혼선이 빚어졌다”며 “감염병예방법에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명시하고 5개 권역별로 1개 이상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막중한 역할을 한 공공병원들은 의사 인력의 30∼40%를 공중보건의에 의존하고 있다. 공공병원에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법 제정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jaelim@sedaily.com

임웅재 보건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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