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이 카드사별 경쟁력을 평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희 사무실 직원들도 특정 카드로 지원금을 충전 받겠다고 할 정도예요.”(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 A씨)
총 14조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지급이 카드업계의 경쟁력을 가르는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금이 지급되는데다 금융당국이 마케팅 자제령을 내리면서 카드사 간 서비스로 차별화 경쟁이 불붙은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최근 지원금의 가맹점 조회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위축된 소비활동을 진작시키고 골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됐다. 이 같은 취지 때문에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등은 사용이 제한됐다. 그러나 백화점 내 임대매장에서는 결제가 가능하고 스타벅스같이 직영점의 경우 본사가 소재한 지역의 사람들은 지원금을 쓸 수 있어 실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복잡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삼성카드였다. 지원금 신청이 이뤄진 지난 11일부터 모바일·PC로 지역별 가맹점을 조회·검색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KB국민카드는 12일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결제 가능한 가맹점을 지도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실제로 이동하면서 지원금을 쓰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감안해 모바일로만 지도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게 KB국민카드 측의 설명이다. 롯데카드도 지원금이 본격 사용된 13일에 맞춰 가맹점 조회 검색서비스를 오픈했다. BC카드는 지도(18일부터)와 명칭 검색(13일부터) 서비스를 모두 개발했다.
지원금이 노브랜드·GS더프레시·이케아 등 예상외 업종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카드사 역시 가맹점 조회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신한카드는 18일부터 모바일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사용처 안내 서비스를 제공했다. 뒤늦게 뛰어든 만큼 카드사 중에서 가장 다양한 기능을 구축했다. 지도상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맹점과 본인의 위치 간 거리, 길 찾기, 전화 걸기, 메뉴 확인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원금 외에 아동돌봄쿠폰·경기도재난기본소득 등 다른 지원금의 사용 가능 여부도 함께 확인 가능한 게 특징이다.
현대카드·하나카드 등은 이달 내로 서비스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주 내로 가맹점 조회 서비스를 사용자들이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이용자의 편의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카드사의 진짜 실력이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금융당국이 지원금 마케팅 자제령을 내리면서 오히려 카드사별 편의 서비스, 기능 차이를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온라인 신청 기부 논란에 지원금 전용 자동응답시스템(ARS)·콜센터를 도입하고 사용처 논란에 가맹점 조회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지원금 관련 업무로 현업 부서는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며 “카드론 등으로 카드사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는데 이번 기회에 회사 이미지도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