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 웨이' 다진 승부사 경영 계승...'뉴LG' 순항 [故구본무 전 LG회장 2주기]

코로나 등 영향 공식행사 생략

생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급변하는 환경 과감한 혁신 주문

구본무 정신 이어받은 구광모號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박차

고(故)구본무(왼쪽 세번째)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서 LG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국내 이공계 석·박사 360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서울경제DB고(故)구본무(왼쪽 세번째)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서 LG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국내 이공계 석·박사 360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서울경제DB




고(故) 구본무 회장이 LG전자 TV를 살펴보고 있다./서울경제DB고(故) 구본무 회장이 LG전자 TV를 살펴보고 있다./서울경제DB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그리고 과감하게 바꾸어야 합니다.”

20일 2주기를 맞는 고(故)구본무 LG(003550)그룹 회장이 혁신을 주창하며 남긴 말이다. 그가 예견했듯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기업들에게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구 회장이 떠난 2년 LG는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중이다.


19일 LG 그룹에 따르면 20일 구본무 회장 2주기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모여 조용해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400여명이 여의도 LG트윈타워에 모여 추모식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는 생전 격식을 지양했던 고인의 뜻을 존중하는 한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별도 행사를 생략한다.

구 회장의 타계 이후 외아들인 구광모 당시 LG그룹 상무가 LG그룹을 이어받으면서 국내 10대 그룹 중 첫 4세대 총수에 이름을 올렸다. 구광모 회장은 구 회장 타계 40일 후인 2018년 6월 29일 지주사인 ㈜LG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을 통해 공식 총수가 됐다. 구광모 회장은 실리콘밸리 출신인 만큼 ’디지털 LG’를 강조하며 LG그룹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경청의 리더십’으로 LG그룹 특유의 인화경영 기조도 이어나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더 나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수단이자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라고 강조하며 ‘뉴LG’의 서막을 열었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해 나가고, 그룹 차원의 혁신 프로젝트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의 미래 준비를 위해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하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럽게 떠난지 2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LG그룹 3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은 2018년 5월 20일 73세 일기로 별세했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1995년부터 LG그룹 회장을 맡아 23년간 ‘글로벌 LG’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본무 회장은 1975년 LG화학 입사 이후 무려 20년간 경영 수업을 받으며 화합을 강조하는 ‘인화의 정신’을 철저히 되새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단순히 사업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분쟁 없이 사람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는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정신을 이어 받은 셈이다. 구 회장은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과 업무 분담을 확실히 하며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는 선진적인 경영 행보도 보여줬다. 최근 주목받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구 회장이 일찍이 강조한 인화와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1997년 국내 최초의 환경전문 공익재단 ‘LG상록재단’을 설립했으며 2010년에는 아호(雅號) ‘화담(和談·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을 따 5만평 규모의 곤지암 화담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수목의 체계적인 보전과 연구뿐 아니라 생태체험을 통한 교육의 장을 제공하기 위한 행보였다. 2015년에는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자”고 강조하며 ‘LG 의인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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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집무실 창가에 대형 망원경을 설치해놓고 한강 위를 나는 새를 관찰하는가 하면 2000년에는 ‘한국의 새’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날아가는 모습만 보고 이름을 맞출 수 있는 새가 150마리가 넘을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휴일에는 화담숲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사업을 구상했다.

이 같은 소박한 일상과 달리 경영자로서의 행보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승부사로 평가 받는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으며 LS와 GS그룹 분가 등의 상황에서 ‘LG 웨이(WAY)’를 선포하며 또다른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 덕분에 그룹 핵심 사업인 전기·전자·화학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통신,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임종 당시에도 국내 재계의 귀감이 됐다. LG그룹은 소탈했던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당시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구본무 회장은 당시 “남들 귀찮게 하지 마라”는 유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장례는 나무와 새를 좋아하고 사람과 세상 얘기 나누기를 즐겨 아호 ‘화담’에 걸맞게 수목장으로 치러졌다. 장지는 “고인이 원한 대로 조용히 떠날 수 있게 해달라”는 유족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등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세상을 뜬 구 회장의 모친인 하정임 여사도 화장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 주변 봉안당에 안치돼 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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