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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A급들 잇따른 미매각 쇼크에…사모시장 찾는 비우량기업들

KCC 등 A급 회사채마저 수요미달 '충격'

고정금리로 투자자 찾아 사모조달 선회







연일 쏟아지는 정부의 자금시장 정상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비우량기업들은 여전히 현금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한화건설과 KCC 등 A급 기업들마저 회사채 수요 확보에 실패하는 등 살얼음판이 지속되자 이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사모시장을 찾아 급전을 마련하는 형편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신(010690)(50억원), 폴라리스쉬핑(50억원), 한솔테크닉스(004710)(50억원), 이수건설(50억원) 등 기업들이 사모시장을 찾아 자금을 조달했다. 신용보증기금의 P-CBO를 신청한 현대종합특수강, 대한해운 등도 사모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다.


사모사채는 대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기 어려운 영세한 기업들이나 정보 공개를 꺼리는 기업들이 찾는 시장이다. 공모사채와 달리 신용도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없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거나 금융감독원에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세부적인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이다. 대신 발행금리는 공모시장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 대형증권사의 기업금융부서 임원은 “사모채의 경우 대부분 연간 3% 이상 고금리”라며 “사모시장의 기관투자자들은 조달효율 대비 운용금리를 따지기 때문에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평균 금리)보다 절대금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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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모사채 시장에서 만기 1년 회사채를 3.395%에 발행한 폴라리스쉬핑은 이번 발행에서 4.9%의 금리를 결정했다. 무려 1.5%포인트나 발행금리가 높아졌지만 해운업황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투자 수요 확보가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솔테크닉스 역시 마지막 공모채 발행 당시 1.5년물 3.366%, 2년물 3.726% 금리로 발행했지만 이달 1년물 사모채 금리는 4%로 상승했다.

금융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사모채 발행이 늘어난 것은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된 영향이 크다. 채안펀드 등 정부자금이 집행되면서 회사채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저신용등급에 대한 투자수요는 여전히 싹이 말랐다는 평가다. 최근 메리츠금융지주와 현대건설기계, KCC 등은 공모사채 발행을 앞두고 사전청약을 진행했으나 대규모 미달을 냈다. A+급인 한화건설 역시 사모채와 공모채를 두고 고심하다 공모 시장에 나왔으나 지난주 수요예측에서 기관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발행에 성공한 기업들도 대부분 발행금리를 크게 높였다. SKC는 민평대비 60~69bp 가산금리를 적용해 발행금리를 확정했으며 한솔제지 역시 59bp 수준을 기록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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