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토요워치]실시간으로 탐지되는 내 정보...약일까 독일까

8월부터 개정 데이터3법 시행

고객 맞춤형 서비스·상품 제공

'초개인화' 마케팅 길 열렸지만

사생활 침해·정보유출 우려 커

비식별 조치 기술 적용 등 필요




서울 중랑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대전 유성구로 이사 갈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가족과 함께 처분할 물건을 추려 중고물품점에 팔았고 새집에 들일 가구도 몇 점 샀다. 초등학생 딸이 새 동네에서 다닐 학원도 미리 결제했다. 이사를 앞둔 어느 날, A씨의 스마트폰 속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에 푸시 알림이 떴다. 카드사가 A씨에게 중랑구·유성구 근처의 포장이사 업체와 입주청소 업체에서 결제할 때 쓸 수 있는 쿠폰을 보내준 것이다. ‘이사를 준비하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라는 메시지도 따라왔다. 꼭 필요한 혜택을 딱 맞는 순간에 제공받아 좋으면서도 A씨는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는 기분에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활발해짐에 따라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서비스에 이용하는 ‘적정선’이 어디인지에 대한 고민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비식별 개인정보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초개인화’ 마케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초개인화는 개인의 나이·성별·소득·소비패턴 등의 특성 데이터뿐 아니라 개별 소비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까지 분석해 ‘특정 고객이 그 순간에 원하는 구체적인 혜택’을 예측해 서비스·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A씨가 받은 혜택이 바로 초개인화 마케팅의 결실이다.


이렇게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의 선두주자는 ‘실시간 결제 정보’를 가진 카드사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신용카드 결제 건수는 4,021만건. 연간 147억건의 소비 정보가 카드사에 쌓이는 셈이다. 오는 8월부터 개정된 데이터3법이 시행되면 카드사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구체적인 품목 결제 정보까지 파악하고 다른 업종의 데이터와 결합해 더 세밀한 빅데이터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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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빅데이터 마케팅이 세밀해질수록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이 지난해 말 미국·중국·프랑스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위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했지만 동시에 96%는 개인정보 보호에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88%의 응답자는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고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으면 개인화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의 효용성과 안전성을 함께 달성하려면 우리나라도 보다 선진적인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정된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로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없도록 익명화 처리를 한 뒤에 활용할 것을 의무화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재식별화의 위험을 완전히 방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윤미 한국신용정보원 조사역은 “디퍼런셜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 기술과 같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신기술의 적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고객의 데이터 활용·관리 체계를 투명하게 유지하고 소비자 역시 자신이 넘겨준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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