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들이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강행하면 홍콩의 금융산업이 위태로워 질 것을 우려해 대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홍콩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들은 중국 공산당이 사상범을 겨냥한 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킨 이후, 홍콩 탈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금융업계가 탈출 고민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본토의 규제당국이 하락장에서 외국 기업을 타깃으로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다국적 기업인 시타텔 증권이 주식시장 대폭락 과정에서 “악의적인 공매도”에 대한 조사를 받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중국 당국은 약 1억 달러를 벌금으로 부과했다.
실제 많은 펀드매니저들과 트레이더들은 보안법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한 헤지펀드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은 이제 죽었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홍콩 헤지펀드사의 한 고문은 “보안법 통과로 홍콩은 중국의 또 다른 도시가 되고, 헤지펀드 업계는 잇따라 싱가포르 등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은 규제가 적고 세금 부담이 낮아 아시아에서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420개 이상의 펀드회사가 입주해 아시아 2위인 싱가포르보다도 약 80개나 많다. 홍콩 펀드사가 운용 중인 자산은 910억 달러(약 108조 9,634억원)에 달한다. 싱가포르와 일본, 호주 펀드사를 모두 합쳐도 훨씬 규모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트레이더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보안법에 언급한 것을 살펴보면 공매도와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기소 대상 중 하나”라며 “이 같은 조치로 많은 헤지펀드 업체가 몇 년 안에 홍콩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헤지펀드의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소셜미디어의 자유가 사라지고 무료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해지며 자본통제와 비자 발급이 어려워져 홍콩이 중국 본토와 동등한 수준의 정보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많은 금융업계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탈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회는 반중 인사 처벌은 물론 공안의 홍콩 주둔을 공식 허용하는 보안법 초안을 통과시켰다.